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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6일 사설을 통해 ‘세계에서 사랑받는 일식’‘높은 수준의 애니메이션’ ‘초등학생이 혼자 쇼핑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치안’에서 ‘거리가 깨끗하다’는 사소한 것까지 일본의 대단한 문화라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현 일본 문화계의 모습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JAPAN CLASS 그것은 온리 인 재팬’라는 책은 판매부수 10만 부를 넘으며 히트를 쳤다. 오직 일본만 가지고 있는 멋진 점을 소개한다는 이 책은 ‘세계의 관광객이 도쿄에 끌리는 이유’, ‘일본 라멘이 전세계 재패’, ‘이런 일본인이 세계 제일 멋지다’ 등의 낯뜨거운 내용을 담고있다.
이 책 뿐 아니라 ‘독일대사도 납득한 일본이 세계에서 사랑받는 이유’ ‘역시 대단해 일본인’ ‘영국에서 보면 일본은 무릉도원에 가장 가까운 나라’ ‘영국, 일본, 프랑스, 미국, 모두 살아보세요. 전부 살아본 나의 결론. 일본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세계로부터 존경받는다’ 등 외국인들이 일본을 찬양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 중에서도 상위에 링크되고 있다.
이 같은 책은 모두 최근 1년내 출판된 것들이다.
이런 출판계 분위기는 이른바 ‘자율규제’로 까지 확대되고 있다.
마이니치는 한 중견 출판사의 편집자를 인용, “팔리냐 안팔리냐의 문제가 아닌 이데올로기 면에서 자숙하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며 “아베 신조 정권에 대한 비판이나 한국·중국에 호의적인 책은 ‘반일 출판사’라는 딱지가 붙을까 두려워 내놓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TV 프로그램도 예외가 아니다. ‘토코로 씨의 ‘이번엔 일본이 나갈 차례’’ ‘세계가 놀란 일본! 대~단하네요 시찰단’ ‘세계 왜 여기에? 일본인’ 등 외국인들이 일본을 칭찬하거나 외국에서 활약하는 일본인을 칭찬하는 프로그램이 TV를 도배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자화자찬 붐’은 지난해 ‘어리석은 한국(매한론)’ 등의 혐한(嫌韓)과 혐중(嫌中) 도서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연장선에 있다.
그렇다면 최근 1년동안 왜 이런 분위기가 고조됐을까?
후나비키 다케오(船曳建夫) 도쿄대 명예교수(문화인류학)는 이러한 자화자찬 붐의 배경에는 항상 ‘불안’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어려울 때나 일본이 성장하는 시기 등 일본인이 정체성에 불안을 가지고 있을 때 이런 ‘일본인론’이 유행했다”면서 이런 문화가 “불안을 치유해주는 ‘안정제’ 역할을 하고있다”고 지적했다.
또 후나비키 교수는 일본의 자화자찬 문화를 3기로 나누어 설명했다.
그는 “1기는 청일·러일 전쟁의 시기, 2기는 1929년부터의 세계대공황 무렵, 3기는 패전에서 경제부흥의 무렵이었다”며 “현재는 2기와 닮아있으며 당시는 비교대상이 ‘서양’이었지만 지금은 ‘한국과 중국’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러한 현상이 “밝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재 일본의 상황에서, 지켜온 옛 전통과 서양인으로부터 받는 좋은 평가에서 일본인의 가치를 찾고 치유를 받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 하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과열되자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닛케이는 6일자 “‘일본 대단하다’로 괜찮나?”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눈을 감고 ‘자기애’로 역사를 왜곡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중국, 인도의 유학생이 세계로 진출하는 가운데 일본의 존재감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니치신문도 이미 “마치 ‘애국 포르노’ 같다” “독자들도 질려하는 추세다”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