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 10년’…장소는 은밀하게, 수법은 교묘하게…

"어디 보고 전화 주셨죠?…다른 곳 어디 가보셨어요?"
집창촌 줄었지만 전체 성매매 업소 수는 증가
성매매 업소 광고 사이트, 해외 서버 두고 수시로 주소 바꿔 단속 어려워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는 태국여성 4명을 고용해 성매매를 알선한 무허가 마사지업소 업주 A(35)씨와 태국여성 B(25)씨, C(28)씨 등 4명, 남자 종업원, 성매수남 등 7명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 사진= 창원서부경찰서 제공

“어디 보고 전화 주셨죠?…다른 곳 어디 가보셨어요?”

지난달 말 직장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거나하게 취기가 오른 직장인 P씨(32)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한 성매매 업소 광고 사이트에 접속했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 ‘밤 문화’ ‘오피’ ‘안마’ 등 각종 성매매 관련 키워드를 입력한 P씨는 SNS계정과 동영상 사이트 곳곳을 전전하다 마침내 성욕을 해소할 1곳을 결정, 은밀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남성은 P씨를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그리고는 “사장님, 지금 어디세요? 어디 보고 전화 주셨죠? 다른 곳 어디 가보셨어요?”라고 물었다. P씨는 이 통과의례가 익숙한 듯 갖가지 질문에 침착하게 대답, 해당 업소를 방문했다.

성매매특별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이 됐지만 성매매 장소는 더 은밀해지고 그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는 실정이다.

과거 지역명을 따 ‘청량리 588’ ‘용주골’ 등으로 통용됐던 성매매 업소는 이제 ‘오피’ ‘안마’ ‘풀싸롱’ 등으로 변질됐고 ‘건마’ ‘립카페’ ‘키스방’ ‘인형체험방’ ‘귀청소방’ 등의 변종 업소들로 발을 넓히면서 기어코 남성들의 성욕과 지갑을 노리고 있다.

30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3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과거 집창촌의 모델인 유리방은 21개소로 2010년 대비 2개소 감소했고 전체 집결지(실제 업태를 기준으로 성매매가 영업의 1차적이고 주된 목적인 업소들이 최소 10개 이상 밀집해 있는 지역)수는 총 44개소로 2010년 대비 1개소가 줄었다.

하지만 성매매 업소 수는 2.9%(52개소) 증가했으며 업소에 종사하는 여성의 수도 3.8%(186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성매매 사이트의 경우 철저한 단속을 통해 영구폐쇄돼야 마땅하지만 운영자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사이트 주소를 수시로 바꾸면서 실제 사이버경찰청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면밀히 단속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성매매 사이트는 모바일 페이지까지 제공하면서 남성들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유해정보심의팀에 따르면 성매매 사이트 시정요구 건수는 △2012년 5770건 △2013년 1만1779건 △2014년 현재 6975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송명훈 방통위 유해정보심의팀장은 “조건만남, 유흥업소 소개, 성매매 광고 및 알선 등의 내용을 포함한 사이트를 성매매 관련 사이트로 규정한다”면서 “접속 차단, 이용해지 등의 제재를 통해 각종 성매매 사이트·SNS 계정·동영상 사이트 등을 단속하고 있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경우 기술적인 문제로 단속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병길 변호사(법무법인 평정)는 “성매매특별법의 도입취지는 좋았다. 그런데 실제 법이 만들어지고 나서 사문화된 경향이 있다”며 “성매매가 성행하는 모든 곳을 단속하기 어려운 실정에서 성매매녀가 생계유지 수단 혹은 가족 부양수단으로 자신의 성을 파는 것을 국가에서 형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성매매특별법이 그렇게 좋은 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