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 회동하고 나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이 이라크 정부를 돕기 위해 무인기(드론) 공습이나 다른 행동을 취할 것이냐’는 물음에 “나는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 미국은 국가안보 이익이 위협받을 경우 군사행동을 할 준비도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가 이라크에서 세력을 확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미국의 안보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안보팀이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군사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포함해 모든 옵션을 살펴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라크는 분명히 위급 상황이며 이라크 정부는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이라크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가 모술, 티크리트 등 주요 도시를 속속 장악하고 수도 바그다드를 위협한다고 알려진 가운데 나왔다.
이라크 언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알카에다에서 퇴출당한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는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90㎞ 떨어진 둘루이야 마을까지 진출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미국 정부가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중요한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국무부를 방문한 애벗 총리를 영접하면서 “우리는 우려하면서 기다리고만 있는 게 아니라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직접 접촉하며 (그를)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소식통들은 조 바이든 부통령이 이날 말리키 총리와 전화통화를 했다고 전했지만, 바이든 부통령이 구체적으로 이라크를 어떻게 돕겠다고 말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러나 당장 이라크에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분명하게 밝혔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상군 투입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고,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도 “이라크 지원을 위한 여러 방안을 연구하고 있지만, 지상군을 보내는 것이 검토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뉴욕을 방문중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ISIL이 “이라크에서 도시를 점령하고 국경을 없애 이슬람 국가를 만들겠다고 할 정도”라며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화당은 이라크 정부가 지난달 미국 측에 무장단체 활동 지역을 상대로 한 공습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오바마 행정부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모든 미군을 이라크에서 철수시킨 것은 실수였다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국가안보팀을 전원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시리아, 이집트에 이어 이라크에서도 실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수니파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를 무시해 무장단체는 바그다드에서 불과 100마일 떨어진 곳까지 진출했다며 “도대체 대통령은 뭘 하는 거냐. 낮잠 자는 거냐”고 따졌다.
반면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는 “미국이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군사 행동에 연관돼야 한다는 어떤 선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쟁은 전쟁을 낳고,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외교 소식통들은 이라크 북부지역에서 활동하던 미국의 군사 훈련 교관들이 철수하고 있으며 다른 미국인 계약자들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