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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원 연구진실성검증센터장(37)의 말이다. 사기 전과 검찰총장이 사기 범죄를 근절하겠다고 나선다면 난센스다. 황 센터장은 논문을 표절한 교육부 장관이 연구부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경우”라고 했다.
황 센터장은 최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1996년 동국대 박사학위 논문에 대한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동국대가 논문을 검증하겠다고 나선 상태지만 당사자인 서 장관은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나 국회 역시 서 장관의 침묵을 ‘묵인’하고 있다.
표절근절국민행동본부(본부장 변희재)는 26일 서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청와대 앞에서 진행했다. 청와대 등의 ‘묵인’ 행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아시아투데이는 의혹을 최초 제기한 황 센터장과 인터뷰를 갖고 서 장관 논문 표절 문제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황 센터장은 “논문 표절이 한국사회의 고질병이 된 데에는 이를 막아야 할 교육부 장관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서 장관의 논문 표절을 묵인하는 것은 정부가 표절을 방치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기조로 삼고 있는 박근혜정부에서는 더욱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황 센터장은 “서 장관이 바로 ‘비정상의 정상화’ 대상 1호”라고 했다.
한국사회는 학벌사회다. 학벌이 성공의 중요한 열쇠라는 의미다. 황 센터장은 “논문은 수학능력시험을 제외하고는 학벌을 획득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도 표절이 만연해 있다”며 “논문 표절은 한국사회 비정상의 굵직한 뿌리 중 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논문 표절에서 자유롭고 도덕성에 문제가 없는 교육부 장관 3~4명이 연속으로 나와 준다면 한국사회의 표절문화를 개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서 장관 경질이 그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황 센터장은 공직자, 특히 교육수장의 논문 표절 여부는 한 나라의 도덕성을 가늠하는 기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네테 샤반 전 독일 교육부 장관의 사례를 들었다. 샤반 전 장관은 34년 전 논문 표절 문제로 학위가 취소되고 장관직에서도 물러났다.
황 센터장은 “한국사회라면 가벼운 표절이라고 그냥 넘어갔겠지만 독일사회는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며 “한국사회가 표절공화국이라는 방증”이라고 했다.
서 장관의 표절 문제는 한국경제의 미래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황 센터장은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와 ‘혁신경제’를 외치고 있지만 ‘창조’나 ‘혁신’은 단지 구호로 만들어질 수 없다”며 “오늘날 지식기반경제의 바탕이 되는 연구자의 창조적 연구성과를 보호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에 서 장관 같은 표절장관을 그대로 둔다면 한국경제는 ‘창조경제’는커녕 ‘카피경제’에 머물게 될 것”이라며 “지식기반경제의 치열한 경쟁에서도 뒤쳐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