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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판덱스는 어떻게 효성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나

스판덱스는 어떻게 효성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나

기사승인 2020. 12.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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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품질불량 위기 넘고 ‘크레오라’ 개발… 세계 1위 브랜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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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티앤씨가 터키·브라질 스판덱스 공장 증설에 1000억원을 투자, 생산능력을 확대한다.사진=/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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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이 사업 안 됩니다. 접어야 합니다.”

효성의 임원진들이 조석래 명예회장을 한목소리로 말렸다. 1992년 어렵게 개발해 납품한 초기 스판덱스 제품에서 품질 불량이 발생한 것이다.

1990년대 당시 한국 섬유산업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섬유수출시장을 잠식하고, 일본·서유럽 등 선진국들은 섬유 원천기술을 독점해 첨단 고부가 섬유제품으로 앞서갔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어렵게 개발에 성공한 스판덱스였지만, 초기엔 만족할 만한 품질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조 명예회장은 확신을 갖고 밀어붙였다.

조 명예회장의 뚝심은 효성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효성의 스판덱스 브랜드인 ‘크레오라’는 전 세계 스판덱스 원사 시장점유율 32%로 글로벌 1위를 차지하며, 효성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수많은 대기업들이 나가 떨어진 외환위기의 한파 속에도 효성은 든든한 캐시카우인 스판덱스가 있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

효성은 업계 최초로 고객사의 원단 개발과 사후 관리까지 지원하는 글로벌 테크니컬 서비스 팀을 만들고, 고객사와 글로벌 전시회 부스에서 함께 뛰며 시장 판로를 개척하기도 했는데 이 같은 차별화된 마케팅도 ‘크레오라’의 성공신화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조현준 회장 역시 아버지 못지않게 ‘크레오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2007년 사장으로 승진하며 효성의 섬유PG장을 맡아 중국·베트남 등 세계 각지를 누비며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직접 뛰었던 그다.

조 회장은 이제 스판덱스 글로벌 1위를 넘어 ‘초격차’ 벌리기에 나섰다. 최근 1000억원 투자 결정을 통해 터키와 브라질 공장의 증설을 결정했다. 터키 공장에는 600억원을 들여 내년 7월까지 생산규모를 1만5000톤에서 4만톤으로 키우고, 브라질 스판덱스 공장에도 400억원을 들여 생산규모를 기존의 2배 수준인 2만2000톤까지 확대한다. 최근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의류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면서 스판덱스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 회장의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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