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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구의 습자지 철학] 통 속의 철학자, 디오게네스

[황남구의 습자지 철학] 통 속의 철학자, 디오게네스

기사승인 2013. 03. 2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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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게네스, 개처럼 살다 사라진 무욕(無慾)의 철학자
알렉산더 대왕과 디오게네스

햇빛 화창한 어느 날 오후였다. 남루한 옷차림의 한 남성이 통 안에서 무덤덤히 햇볕을 쐬고 있었다. 알렉산더 대왕이 그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건넸다.

"내가 이 나라의 대왕, 알렉산더다."

남루한 옷차림의 남성이 꿈틀대며 가볍게 반응했다. 이내 살짝 고개를 치켜든 채 알렉산더를 응시하더니 잽싸면서도 무겁게 말 한 마디 내뱉었다.

"나는 개 같은 디오게네스요."

그는 태연히 자신을 개라고 소개했다. 그 말을 들은 알렉산더는 조심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다시 그를 향해 물었다.

"너는 내가 두렵지 않느냐?"

"당신은 좋은 사람인가요? 나쁜 사람인가요?"

대답 대신 돌아온 물음에 알렉산더가 답했다.

"나는 좋은 사람이다."

남루한 옷차림의 남성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응수했다.

"좋은 사람을 왜 두려워 해야 합니까."

남루한 옷차림의 그가 짐짓 의연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는 온 세상에 위세를 떨치고 있는 최고 권력자가 두렵지 않은 듯 했다. 곧 그가 고고한 말 끝을 늘어뜨렸다.

"당신이 지금 햇빛을 가리고 서있으니 좀 비켜주시오."

알렉산더는 호방한 그의 태도에 감탄했다.

"내가 알렉산더가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었을 것이오."

남루한 옷차림을 한 남성의 이름은 디오게네스(BC 400 추정 ~ BC 323), 시노페에서 태어난 그리스의 철학자로 키니크파의 대표적 인물이다. 안티스테네스의 제자로 무욕(無慾)을 강조한 그의 학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디오게네스는 물질적 욕망에서 벗어나 자연의 삶을 지향했다. 그의 사유물은 몸에 걸친 옷 한 벌과 평소 짚고 다니던 지팡이, 어깨에 둘러매던 자루 하나가 전부였다.

그는 늘 통 속에 틀어 앉아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곳은 그만의 안식처였다. 이러한 연유로 그는 지금까지도 세상 사람들에게 '통 속의 철학자'로 불린다.

디오게네스는 또한 '개'로 불리었다. 그는 대소변을 대중 앞에서도 거리낌없이 해결했다. 그것은 무욕과 함께 자연스러움을 최고의 가치로 꼽던 그의 신념 어린 행위였다.

그는 후대에 '견유(犬儒) 철학자'라고 불린다. 번역하자면 '개처럼 사는 선비'가 되겠다.

사람들은 이러한 행동에 질겁하며 그를 향해 '개'라고 손가락질했다. 디오게네스는 자연적인 욕구를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행위가 결코 추한 것이 아니며,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디오게네스의 행색은 남루했지만 세상을 향한 태도만큼은 비루하지 않았다. 그는 한낮에도 등불을 들고 다녔다. 누군가 의아해하며 까닭을 물으면 그는 "정직한 사람을 찾고 있다"고 대답했다.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디오게네스의 행동이 그저 기행(奇行)으로만 보인다. 지금 시대에 누군가 그같이 행동하고 다닌다면 분명 경범죄로 처벌당하거나 '세상에 이런 일이-통아저씨 편'에 나올 것이다.

다소 전위(아방가르드)로 와닿는 디오게네스의 행위는 분명 허위와 허식으로 가득한 현재 우리의 삶에 유의미한 울림을 준다.

디오게네스는 정직한 사람만 바보 만드는 세태, 권위에의 굴종, 이기적 욕망과 기만에 똥오줌을 휘갈겼다. 군중 틈바구니에서 '참사람'을 찾아 나섰다.

지금 우리 시대에서 참사람이 정말 참사람으로 대접받고 있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우리의 삶이 불필요한 격식과 위계적 질서에 매몰됐던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일이다.

디오게네스는 죽음도 그다운 방식으로 맞이했다. 평소 자연스러움을 온몸으로 행하던 그는 아무거나 주워먹고 다니다 결국 콜레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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