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원장] |
지난해 여름에 내원했던 K(40대, 남성)씨도 급성 장염으로 크게 고생했던 환자여서 기억에 남는다. K씨는 내원 당시 “어제 시켜먹고 남아있던 통닭에 시원한 캔맥주를 마시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새벽쯤부터 갑자기 배가 아파오더니 설사가 끊이지 않아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고열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그는 급한 대로 회사 출근길에 약국에 들러 지사제와 해열제를 사 먹었지만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해 병원을 찾아다고 말했다.
K씨는 검사 결과 급성 장염이었다. 이로 인해 심각한 탈수상태까지 겹쳐 우선 생리식염수액부터 주사한 뒤 정도가 심해 3일간 입원치료를 받도록 조치했다.
장염은 소장과 대장 점막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급성장염과 만성장염으로 나뉘며 여름철에는 특히 급성장염이 많다. 급성장염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음식물을 섭취해서 발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급성장염을 일으키는 세균과 바이러스로는 비브리오균, 살모넬라균, 포도상구균과 보톨리눔, 바실러스, 병원성 대장균, 로타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노어크바이러스 등이 있다. 원인균에 따라 증식 속도가 달라서 감염 후 발병까지의 시간도 달라진다. 포도상구균, 보톨리늄, 바실러스 등은 감염 후 1~6시간 이내, 살모넬라균 이질균 등은 6~24시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식중독균이 든 음식을 먹는다고 모두 장염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사람은 위산의 살균작용과 체내 면역기능이 세균의 증식을 막아 발병이 되지 않기도 한다. 반면 만성 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들은 쉽게 발병될 수 있다. K씨의 경우 평소 과로와 스트레스로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몸 안에 식중독균이 들어감으로써 세균이 급격히 증식해 장염이 발병한 것이었다.
급성장염의 주된 증상은 복통과 설사다. 처음에는 가벼운 설사, 구토, 발열 등의 증상으로 시작되고 차츰 몸살, 오한이 나다가 심해지면 탈수나 쇼크 등의 전신 증상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음식 섭취를 줄여 위장을 쉬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K씨처럼 무조건 지사제 등의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지사제가 설사 뿐 아니라 장 속 세균이나 독소의 배출도 함께 막아 병이 낫는 것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상이 심하면 하루 정도 음식물을 먹지 않고 끓인 물이나 이온음료 등의 수분을 조금씩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단, 수분섭취 후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면 병원을 찾아 주사를 통한 수액 공급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급성장염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조리된 음식은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하고, 익히지 않은 날음식은 피하도록 한다. 또한 원인균이 주로 감염자의 손을 통해 전파되므로 식사 전이나 화장실을 다녀온 뒤, 음식을 조리할 때는 반드시 손을 씻도록 한다. 씻을 때는 손가락 사이와 손톱 주변까지 꼼꼼히 닦고 씻은 후에는 반드시 물기를 제거해 주어야 미생물의 번식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
이동근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