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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초불확성 시대 우려…AI 종속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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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5. 03. 26. 17:11

상의 회장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
기업-정부 원팀 필요 강조
새 경제모델·포지셔닝 재설정 제시
상법 개정안에는 "지금이 타이밍인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취임 4주년 간담회<YONHAP NO-3955>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한상의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기업들이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초불확실성의 시대라고 진단하고, 한국에 새 경제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AI 산업에 대해서는 세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릴 것으로 보고, 종속 국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인프라를 구축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으로는 최근 정치적 이슈로 인한 혼란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진단하고, 정부와 기업이 한몸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이)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고 결정을 가능한 한 미루게 된다"며 "'초불확실성의 시대'가 가장 큰 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또 다른 언노운(Unknown)"이라고 평했다. 최 회장은 "지금 불안 요소가 많은데 지금 이 타이밍에 꼭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은 남는다"며 "상법은 경제 쪽에서 보면 헌법과 비슷한데 그걸 바꿔서 새 국면으로 들어가자는 게 적절한(right) 타이밍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최 회장은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와 인플레이션, 인공지능(AI)발 산업 패러다임 변환 등 '삼각파도'가 밀려오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번에는 이에 더해 "우리는 정치 문제까지 겹쳐서 4가지 '폭풍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 대응해 최 회장은 새로운 경제 모델, 대한민국 포지셔닝의 재설정, 기업-정부간 '원팀'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중에서도 제조업 경쟁력과 관련해 최 회장은 "이미 강력한 경쟁자들이 떠오르고 있어서 우리의 제조업 경쟁력이 과거만큼 좋은 정도는 아니다"라며 "제조 모델로만 먹고살겠다, 수출 주도형 경제로 먹고살겠다는 모델은 수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더해 국내 제조업 공동화 현상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제조업이 계속 가려면 AI를 어떻게 제조에 도입해 남보다 더 좋은 물건과 제조 능력을 갖추느냐가 중요하다"며 "AI를 움직여 제조 경쟁력을 남보다 더 키우는 게 제조를 일으킬 수 있는 선택지"라고 말했다.

또한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안보 포지셔닝에 대한 메시지와 이야기를 새롭게 낼 필요성이 존재한다"며 "그래야 상대와의 신뢰, 관계 등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포지셔닝 재설정을 통해) 관계를 정확하게 맺어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업과 정부의 '원팀'이 필요하다"며 "이벤트성으로 잠깐 나가서 하는 원팀이 아니라 '원바디'와 같은 원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기업만 나가서 전쟁을 할 방법도 없고, 미국도 정부와 기업이 뭉쳐서 대응하고 중국도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데 우리는 각자도생하자는 게 먹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반도체 업계가 요구해 온 '주 52시간 적용 예외'에 대해서도 "기업이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면 동의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법을 만들 때는 좋은 취지지만, 법이라는 게 항상 취지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규제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라면서도 "하지만 너무 많은 비대한 규제는 모든 사람의 자율을 억압하고 창의성을 추락시키다 보니 성장에 별 도움이 안 되고 현재 사회 문제를 푸는 데 별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제 철학"이라고 덧붙였다.

AI 산업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만의 새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는 AI에 필요한 재료, 소재를 만드는 것은 잘하는데 소프트웨어는 소버린 대형언어모델(LLM)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만들 능력이 내재된 것도 아니다"라며 "전 세계 순위로 보면 10위 밖으로 뒤처진다"고 진단했다.

이어 "파운데이션 모델까지 다 만들 수는 없어도 우리가 필요한 우리의 LLM을 내부에 장착하지 않으면 종속된다"며 "AI 종속 국가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AI 인프라스트럭처를 제대로 만들고 우리 나름의 AI LLM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대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과 함께 트럼프 2기 핵심 참모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회동했다고도 전했다. 그는 "러트닉 장관의 얘기는 상계관세, 즉 상호주의 형태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한국이 미국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달려 있는 것으로, 그의 입장에서는 시간을 쪼개 만난 것이기 때문에 한국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최근 미중 갈등 심화 속 중국 내 사업 전략 등에 대해서는 "선택을 강요받는 것은 포지션이 안 좋다"면서 "냉정하게 얘기해서 지금의 포지션이 돈이 되는지를 판단해 각자 거기에 맞춘 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돈을 벌 수 있는 확률과 기회가 많이 있다고 하면 상황이 어떻다고 해도 들어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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