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2기 체제서 비은행 부문 수익성 개선 큰 과제로
2027년 비은행 비중 30% 달성 위해 증권, 자산운용사에 힘쏟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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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2기 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비은행 계열사들에 정신무장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앞서 1기 체제에선 주요 경영진들에게 기업문화를 강조하면서 내부 결속력을 다져왔다면, 2기 체제에선 다시 임직원들의 정신 자세 확립을 통한 영업력 강화 및 수익성 극대화를 꾀하는 모양새다. 주요 타깃은 하나증권을 필두로 한 비은행 계열사다. 작년 하나금융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음에도 은행 쏠림 현상이 여전하자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최근 함 회장은 전 계열사 임원들에게 '하나다움'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하나금융이 성장하면서 초심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강도 높은 자기성찰을 주문했다. 표면적으론 '다시 손님에게 최선을 다해라'는 취지였지만, 속뜻은 '수익성 확대'다. 함 회장은 하나금융의 대표적인 '영업통'이다. 은행 사원으로 시작해 충청영업본부 대표를 지내면서 영업력을 인정받아 은행장, 그룹 회장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다. 함 회장에게 있어 하나다움은 곧 영업력을 뜻한다.
실제로 수익성 효자인 은행을 제외하면 다른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은 낮다. 최근 하나카드가 트래블로그를 기반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지만, 여전히 상위권으로 올라서기엔 어려운 수준이다. 하나증권과 하나생명 등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나 같은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KB금융, 신한금융과 비교해 봐도 업계 1위 수준을 내고 있는 비은행 계열사는 없다.
이에 함 회장은 올해부터 '다시, 하나답게'를 메시지로 경영진에 도전정신을 주문하고 있다. 열정적인 영업력을 바탕으로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 강화에도 매진해 달라는 메시지다. 최근 하나자산운용을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배경에도, 그룹 차원에서의 강도 높은 통제로 자산운용사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이달 31일 전 계열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하나가치포럼'을 개최한다. 그간 해당 포럼은 감동스토리가 담긴 영화를 보면서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취지로 '시네마포럼'으로 진행됐는데, 올해부터는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가치포럼'으로 변경했다. 통상 매달 마지막주 월요일에 열린다.
이번 '하나가치포럼'은 하나가치콘텐츠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열린 포럼에서 함 회장은 전 경영진들에게 '다시, 하나답게'를 슬로건으로 연설을 진행했다. 요지는 "과거에는 열정적이고,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면서 하나금융에 주인의식을 가졌다"면서 "최근 하나금융이 성장하면서 우리가 갖고 있던 도전정신을 잊었다"는 얘기였다. 그동안 함 회장이 시네마포럼에서 보여준 감동적인 영화들도 직원들이 하나금융에 애사심을 갖고 결속력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상영됐다.
하지만 올해 연임에 성공한 함 회장의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더 이상 결속력과 기업문화를 강조하기보다는 '하나다움=영업력'에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작년 하나금융의 순이익은 3조7388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은행의 수익 기여도는 84%를 넘는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은행 수익 기여도는 각각 60%, 75%에 불과하다. 하나금융은 KB금융과 신한금융처럼 증권, 보험, 카드, 자산운용사 등 주요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비은행 부문 실적이 저조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달 포럼에 참석한 계열사 임원은 "그동안 감동 이야기로 진행되던 시네마포럼 메시지와는 많이 달라졌다"며 "나태해지면 안된다. 도전정신과 주인의식을 다시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에 하나금융은 비은행 부문 순익 비중을 2027년까지 3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목표다. 현재 4000억원 수준인 비은행 부문 계열사 순익을 1조60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하나증권 자회사로 있는 하나자산운용을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시나리오가 검토 중이다. 손자회사로 있던 자산운용사를 자회사로 격상하게 된다면, 하나금융의 자금을 투입시키기 쉬울 뿐 아니라 자산운용사 상품과 영업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이를 위해 하나금융은 앞으로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간 협업도 더욱 강화한다. 하나금융은 전 계열사의 채널, 고객, 상품 등을 연계해 고객 기반을 확대하면서 비은행 계열사의 질적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내·외부 협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과 함께 그룹내 사업 포트폴리오의 균형 성장을 이뤄내겠다"며 "2027년까지 비은행 비중 30% 이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