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20년 이상 노후 아파트는 46.9% 심각
보수·보강, 이주 정책 등 정부의 실질적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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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5층짜리 충정아파트 건물 내부로 들어가보니 어두컴컴한 복도가 스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건물 내부에선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이 거쳐간 흔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바닥엔 낡아서 부서진 시멘트 조각이 흩어져 있었고, 벽면엔 크고 긴 균열이 이리저리 뻗쳐 있었다. 누수의 흔적이 확연한 천장은 누렇게 변했다. 이 낡은 건물 사이에서도 사람 냄새는 풍겨왔다.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TV 소리, 난간에 놓여진 화분들, 문 앞에 놓여진 몇몇 택배 상자들은 이곳에 주민들이 거주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최근 노후아파트의 안전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 삼각맨션 A동 3층에서는 거실 천장에서 20㎏에 달하는 철근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해 노후 건물에 대한 안전 우려가 제기됐다. 충정아파트 역시 지난해 서대문구 안전진단검사에서 '즉시 철거 대상'으로 지정된 바 있다. 서대문구는 충정아파트에 대해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매겼다. 서울시도 2023년 서울시는 '마포로 5구역 제2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및 정비계획 결정안'을 가결하며 충정아파트를 철거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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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충정아파트엔 여전히 주민이 살고 있다. 충정아파트에 15년째 거주 중인 최모씨는 "건물이 오래되긴 했지만 살기에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며 "서대문구에서 이 정도 가격의 집을 찾기는 더 어렵다"고 했다. 충정아파트는 월세 30만~40만원 수준에 살 수 있다고 최씨는 귀띔했다.
1층에서 2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배관이 오래돼서 가끔 하수구 냄새가 올라온다"며 "건물이 낡아 철거한다고 들었는데 주민들 안전을 위해서라도 빨리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 현존하는 아파트는 절반 가까이 노후화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172만 가구가 아파트에 거주한다. 이 중 준공 후 30년 이상 된 아파트가 213만9000호, 20년 이상 30년 미만 아파트가 378만9000호로, 전체 아파트의 46.9%가 노후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아파트의 비중이 높은 이유는 1990년대 폭발적으로 아파트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만 373만2000호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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