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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래플스와 마닐라타임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필리핀 하원은 이날 하원 의원 306명 중 3분의 2가 넘는 215명이 상원에 회부할 탄핵결의안에 찬성했다. 두테르테 부통령에 대한 탄핵 건의가 하원에 접수된 지 2개월만이자 하원이 그의 공금횡령 의혹에 대한 조사를 공식화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현지 매체들은 수개월에 걸친 조사에서 두테르테 부통령이 정부 규정을 명백히 위반해 경호원에게 비밀자금을 처리하게 했고, 감사기관에 제출한 영수증에 출생 기록 자체가 없는 사람의 서명이 들어간 사실 등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두테르테 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이제 상원으로 이관돼 탄핵 재판에 회부된다. 이 곳에선 두테르테 부통령의 유·무죄를 가리기 위한 변론이 이어지고 24명으로 구성된 상원의 3분의 2가 탄핵에 찬성하면 탄핵이 확정된다.
상원의 탄핵 재판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재판 시기가 올해 중간 선거 운동 기간과 맞물려 상원의원들이 두테르테 가문의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상원에서도 탄핵안이 의결될 경우 두테르테 부통령은 필리핀 역사상 최초로 탄핵된 부통령이 된다. 과거 필리핀에선 지난 2000년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의혹을 받은 조셉 에스트라다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한 바 있다.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이어진 상원의 탄핵 절차 중 스스로 하야했다.
상원의 탄핵 재판이 진행될 경우 두테르테 부통령은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과 레나토 코로나 전 대법원장에 이어 상원에서 탄핵 재판을 받는 세 번째 현직 공무원이 된다.
두테르테 부통령과 그녀의 아버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그의 진영과 정치적으로 대립을 계속해 왔다. 특히 하원 의원들 대다수가 두테르테 부통령과 정치적 의견을 놓고 대립해 왔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대통령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동맹'을 맺었으나 남중국해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정치적으로 대립을 계속해 왔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8년 이후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하게 꼽히던 두테르테 부통령은 지난해 공금 횡령·대통령에 대한 살해 위협 등으로 여러 단체들로부터 최소 4건의 탄핵 소추에 직면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