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카타르·UAE "점령지 확대" 반발
권력공백기 미·터키·이스라엘 세력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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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골란을 강화하는 것은 이스라엘을 강화하는 것이고 특히 지금 이 시기에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는 골란을 계속 보유하고 이를 발전시키며 정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에서 "우리는 시리아와의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벌이는 행동은 시리아로부터의 잠재적 위협을 차단하고 우리 국경 부근에서 테러 세력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츠 국방장관도 성명을 통해 시리아 내 최근 상황이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을 증가시켰다고 지적하며 "반군 지도자들이 내세우는 온건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위협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정부가 골란고원의 인구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4000만 셰켈(약 157억원) 이상 규모의 투자계획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총리실은 "시리아와의 전쟁과 새로 형성된 전선을 고려해 골란고원 인구를 두 배로 늘리려는 의도로 해당 계획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는 이스라엘의 결정을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2020년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한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를 "점령지 확장을 위한 시도"라고 규탄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일 전쟁을 통해 시리아로부터 전략적 요충지인 골란고원의 대부분을 점령했고, 1981년에 이를 자국 영토로 병합했다. 2019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주권을 지지한다고 선언했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시리아는 이스라엘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안보 문제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골란고원에는 약 3만1000명의 이스라엘 정착민이 거주하고 있다.
지난주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몰아낸 이슬람주의 조직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의 지도자 아부 모하메드 알졸라니는 지난 14일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가짜 명분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시리아가 재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분쟁에 연루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아사드가 권좌에서 물러나고 시리아에 권력의 공백이 생기면서 미국, 터키, 이스라엘은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각각 IS잔당, 쿠르드군, 시리아 군사자산을 목표로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다. 아사드를 지지했던 러시아와 이란은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시리아에서 병력을 철수하거나 재배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어 중동의 권력지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1973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후 설정된 시리아 내 비무장 지대에 진입, 다마스쿠스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전략요충지인 헤르몬 산과 폐허가 된 시리아 군사 기지를 장악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영토 진입이 국경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조치라고 주장하며, 해당 지역에 머물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14일 저녁 시리아 전역의 수십 개 목표물을 대상으로 야간 공습을 다시 감행했다. 영국에 기반을 둔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이스라엘이 이날 5시간만에 시리아 군사 시설을 향해 61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은 붕괴한 아사드 정권의 미사일 및 화학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기지와 중화기, 시리아의 해군 전력을 포함해 라타키아 항구에 위치한 군사 시설들을 타격했다.
한편 시리아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현재 미군 약 900명이 배치돼 있는 시리아 북동부와 동부 시리아의 쿠르드족이 통제하는 자치지역 주변에서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이 지역은 IS와의 전투를 위해 설립된 쿠르드 주도의 병력이 활동하는 지역이다.
국내에서 수십 년간 쿠르드 반란과 싸워온 터키가 지원하는 수니파 반군의 부상이 아랍과 쿠르드족 간의 새로운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럴 경우 터키가 더 깊이 시리아에 개입하면서 미군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WP는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