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병화 기자 |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자 나경원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장은 불행의 시작이었다"면서 그가 "당에 오자마자 대통령과의 싸움이 시작됐"고 "총구가 항상 대통령에 가 있었다"고 강력 비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 "끝까지 추잡하게 군다면 쫓아내야 한다. 의원총회 의결로 한동훈 퇴출시키고 비대위를 구성하라"면서 "쫓겨나면서까지 당 망치려는 자, 정치판에서 영원히 퇴출시켜야 한다. 소원대로 탄핵소추 되었으니 레밍들도 데리고 나가라"고 직격했다.
고성이 오간 의원총회에서 친(親)한동훈계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 친윤석열계 김민전·인요한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도 사퇴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5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중 4명이 사퇴하면 지도부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도록 돼있다.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했으니 비대위 체제로 간다. 그런데도 대통령을 탄핵하고 당을 궤멸 위기에 빠뜨린 여당 대표가 무슨 낯으로 자리를 지키려고 하는지 국민들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한 대표는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기보다는 갈등과 충돌을 야기해 '자기정치'를 한다는 소리를 들어왔는데 급기야 탄핵 찬성으로 배신의 정점을 찍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 디올백 논란 때도 국민 눈높이 운운하며 대통령에 반기를 들었고 의대 정원을 두고도 대통령실과 충돌했다. 게다가 계엄령 선포를 가장 먼저 비판했고 대통령 탄핵과 조기 직무정지도 가장 먼저 주장했다. 대통령과 '원팀'이 아니라 오히려 '따로팀', '민주당 2중대'처럼 보일 때가 많았다.
국민의힘에서 한 대표의 역할은 끝났다. 의총에서 사퇴 요구가 분출해서 이미 지도력을 상실했다. 대통령이 탄핵에 직면했으면 당 대표가 끝까지 함께하고, 같이 죽는다는 각오를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탄핵에 앞장선 것은 대통령에게 비수를 꽂은 것이다.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갈라진 당을 추스르고, 실망한 지지층을 달랜다는 말인가. 이재명에게 대통령 선거 밥상을 차려 바쳤으면 한동훈도 무대 위에 있을 이유가 없다. 한동훈은 즉각 사퇴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