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중 40%는 "아직도 정신적 고통 이어져"
비상계엄에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진 정치 혼란
국민들 "정치 싸움 지쳐, 하루빨리 안정화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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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진 혼란이 국민들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갈등과 불안이 반복되며 진영을 떠나 국민 모두가 지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하루 속히 안정된 일상을 바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만난 최모씨(66)는 불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최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며 '이 시대에 전쟁이 어디 있겠냐'고 생각했는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그게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며 "뉴스만 봐도 가슴이 내려앉고,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다. 나라가 어떻게 될지 걱정 뿐이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은 일상을 뒤흔들며 시민들의 마음에 큰 상흔을 남겼다. 국회의사당역 근처에서 마사지 업소를 운영하는 강모씨(52)는 "비상계엄 선포 당일, 전쟁이 나는 줄 알았다. 그날의 불안감이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는다"며 "가게 앞 시위 소음과 교통 혼잡이 매일 같이 이어지면서 걱정이 떠나가질 않는다"고 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1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7명 중 66.2%가 "비상계엄 이후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답했다. 특히 트라우마를 경험한 이들 중 40%는 현재도 정신적 고통이 지속된다고 했다.
시민들의 불안과 분노는 소송 움직임으로도 번지고 있다. '윤석열 내란 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 소송 준비 모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을 상대로 한 위자료 청구 소송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은 모집 4일 만에 1만명을 넘어섰다.
시민들은 진보·보수를 가지지 않고 정치권을 향해 책임을 묻고 있다. 직장인 김모씨(55)는 "대통령이 탄핵됐지만 정치권은 또다시 자리다툼에만 몰두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정치권이 분열을 조장하면서 그동안 편안했던 국민이 어디 있겠느냐. 정치는 혼란만 남기고 결국 국민들만 불안하고 상처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박모씨(24)도 "비상계엄과 탄핵 뉴스에 이제는 지쳤다"며 "정치권이 갈등을 멈추고 혼란을 수습해서 나라가 하루빨리 안정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국 불안정이 장기화되면 사회적 트라우마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윤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계엄 당시의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반복해서 시청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정치권이 갈등을 멈추고 통합과 안정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트라우마 극복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