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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장 이용훈 주교 명의로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를 바라보는 한국 천주교회의 입장'을 밝혔다.
이 주교는 "지난밤에 있었던 비상계엄 사태로 많은 국민께서 놀란 마음에 밤잠을 설치셨으리라 생각한다. 국가의 통치 행위와 행정 절차는 시급성이 있지 않는 한 정상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진행돼야 하고 국민들에게도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절차적 정당성에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국회 의결에 따라 비상계엄이 해제되었지만 불과 6시간 만에 해제할 상황이라면 애초에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큼 중대하고 시급한 사안이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군사 정권 시절에나 선포되었던 계엄령이 2024년 오늘 대한민국에 선포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결정이었는지, 외부의 적이 침략하거나 전쟁의 위협이 눈에 띄게 드러나지도 않은 현실에서 한밤중에 기습적으로 계엄을 선포하는 것이 최고 통수권자로서 올바른 결정이었는지 많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묻고 있다"고 했다.
이 주교는 또한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과정에 대하여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와서 일련의 사태를 설명하고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이루어왔다. 한국 천주교회는 지난 세월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켜나갈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연대한다"고 했다.
개신교계도 '12.3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나섰다. 진보성향의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총무 김종생 목사 명의의 입장문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위헌이다. 이는 시민들의 마땅한 자유와 존엄을 억압하는, 시민들에 대한 전쟁선포이자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로 무장 난입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민주적이고 비상식적인 행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이야말로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위협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으며 대한민국을 심각한 위기로 몰아가는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또한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되었지만, 그렇다고 헌정을 부정한 윤석열 대통령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 그렇지 않음에도 기어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민을 불안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윤석열 대통령은 무릎꿇어 사죄하고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주님이 주신 예언자적 사명에 따라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가를 혼란에 빠트린 대통령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피땀으로 이룩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기도하면서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교계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한 규탄 성명에 나섰다.
한국불교태고종은 대변인 기획실장 영범스님 명의의 성명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은 안중에 없다'는 윤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이 그대로 노출된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대통령의 무책임한 행위에서 비롯된 이번 사태로 글로벌 경쟁력 10위권에 이르는 대한민국은 국격이 하락됐고, 국민들에게는 큰 상실감을 줬다"고 지탄했다.
태고종은 또 "국민을 우롱하고 대한민국을 정치 후진국으로 전락시킨 윤 대통령에게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은 지난 밤의 헌정질서 파괴행위에 대해 조속히 국민 앞에 합당한 책임과 해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과보를 피하고 부정할 수 없다는 엄혹한 현실을 똑바로 깨닫고 진심 어린 사과와 그에 따르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태고종은 국가와 국민을 우롱한 배신행위에 대해 참회하고 그에 합당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것과 불법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 관련된 인물들을 해임과 이에 따른 사죄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