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교파만 달라도 서로 단절돼"
"기독교 하나될 때 진정한 영향력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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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CK는 서울 마포구 한국정교회 니콜라스대성당에서 이날 신임 회장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조성암 대주교는 "1924년 설립한 NCCK가 새로운 100년을 맞았다"며 "인간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기후위기 극복에 나설 것과, 불평등과 전쟁·폭력에 저항할 것"을 다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은 사랑이 밑바탕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주교는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 매달림으로써 직접 사랑을 가르쳐 주셨다"며 그리스도교에서 강조하는 사랑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행동·실천을 의미한다. 특히 희생이 있는 실천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리스 출신으로 26년간 한국에서 활동한 조 대주교는 교수로 재직 중인 한국외국어대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사회의 변천사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과거에는 학생들이 쉬는 시간이면 서로 대화하고 함께 어울리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몰입하느라 바로 곁에 있는 친구들과 대면 소통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그는 최근 결혼식에 갔다가 하객들이 신랑·신부를 축하하는 데에는 형식적이고 축의금을 낸 뒤 피로연장으로 직행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조 대주교는 "한국에는 가족 간 유대, 사람들 사이의 정(情), 훌륭한 음악적 전통, 춤과 노래가 많다. 왜 이런 아름다운 것을 버리고 미국과 같은 스타일을 모방하는지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조 대주교는 NCCK의 이념인 에큐메니컬 정신을 설명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사랑과 소통이 기독교 교단 사이에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큐메니컬 정신은 각자의 방식으로 신앙을 영위하면서 하나님 안에서 연합과 일치를 추구하는 운동이다. NCCK 총무인 김종생 목사는 쉽게 표현하자면 다른 교회에 대한 '너그러움'이라고 말했다.
조 대주교는 "이웃 교회에 있는 사람이 저에게 어떤 신앙을 가지고 있냐고 물으면 저는 '정교회'라고 답한다. 그러면 그리스도를 믿느냐고 묻는다. 그런 질문을 받는다는 것은 정교회에 대해, 다른 교파에 대해 기본적으로 잘 모른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교회(Orthodox Church)는 옛 동로마 제국의 국교로서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발전한 교회로, 가톨릭과 함께 기독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종파에 속한다. 옛 동로마 영향권에 해당하는 그리스·우크라이나·러시아·동유럽 등에서 교세를 떨치고 있다.
그는 기독교가 아직 퍼지지 않은 곳에 가서 선교하지 않고, 이미 뿌리를 깊게 내린 곳에 가서 다른 교파를 선교하는 행태를 비판했다. 조 대주교는 "하느님과 예수님의 뜻은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오늘날 교회는 계속해서 나눠지고 있다. 죄를 짓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무신론자가 많은 상황에서 오히려 그리스도인들이 하나의 교회를 이룬다면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60년 그리스 아이기나섬에서 출생한 조 대주교는 1991년 사제 서품을 받고 1998년 아테네 신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그해 12월부터 한국 정교회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성 니콜라스 주교좌 대성당 주임사제, 대교구 수석사제를 지냈으며 2008년 7월 한국 대주교로 착좌했다. 2016년 11월 한국 정교회 대주교로는 처음으로 NCCK 회장으로 선임돼 1년간 활동한 바 있다. 지난 18일 NCCK 제73회 정기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돼 8년 만에 다시 같은 자리를 맡게 됐다. NCCK 73회기 회장 임기는 1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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