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전쟁 완충지 찾아 일찍이 진출
조현준, 총리 만나 추가 투자 예고
美선 전력기기·금융 IT 성장 지속
아울러 회사의 또 다른 축인 전력기기, 금융IT 부문은 미국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에너지 관련 정책의 변화가 예고됐지만,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는 이어질 예정이어서다. 업계에선 변압기 생산 판매 확대를 중심으로 한 효성중공업의 성장을 점치고 있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효성그룹의 베트남 선제 투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의 중국 간 통상 갈등이 깊어지며 베트남이 완충지대로 수혜를 받았던 바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통화해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효성그룹은 베트남 등 신시장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조현준 회장은 2007년 베트남을 새 글로벌 기지로 삼고 과감히 투자를 단행했다. 미국과 중국 간 견제가 심화되는 만큼 중간지대를 찾아나설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효성그룹에 미국과 중국은 모두 중요한 시장이다. 중국은 스판덱스 등 화학 섬유 최대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현지 생산 시설로 세계적 경쟁력을 쌓은 바 있다. 또 미국은 변압기 등 전력기기 최대 수요국인 데다, 타이어코드 등 첨단소재 생산 및 판매랑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달 14일 베트남 판 민 찐 총리를 만나 추가 투자도 예고했다. 그간 40억 달러(약 5조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스판덱스, 충전기기, 화학제품, IT 등 주력사업과 친환경 첨단 원료 소재인 바이오 부탄다이올(BDO), 데이터센터 등 미래사업분야의 밸류체인까지 구축했으나, 더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앞선 글로벌 전초기지였던 중국은 현지 내수 물량 생산에 주력하고, 베트남 생산기지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의 수요에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정부 차원에서 공급망 확보, 기후변화 대응 등에 대해서 협력을 약속한 만큼 효성은 100년 기업으로의 미래를 베트남에서 찾겠다는 계획이다.
한편으로 회사의 또 다른 한 축인 전력기기, 산업장비 사업도 선제적 투자로 글로벌 통상 전략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회사는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노후 전력망 및 인프라 교체를 통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예고한 상황에서, 이미 효성중공업이 현지에 초고압변압기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고 지난 월 추가 투자로 생산능력을 확대한 바 있기 때문이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환경변화를 지켜보며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