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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스포츠인사이드] 달(月)과 스포츠

[장원재의 스포츠인사이드] 달(月)과 스포츠

기사승인 2024. 09. 1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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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시절 게일로드 페리 AP연합
현역시절 게일로드 페리/ AP연합
추석이 다음주다. 그래서 '달'이야기를 한다. '달과 6펜스'가 아니라 '달과 스포츠'다.

어려서 품은 의문이 있다. '밝을 명(明)'의 비밀이다. 해(日)와 달(月)을 합쳐 놓은 모양 같은데 왜 달이 더 크지? 갑골문(甲骨文)을 공부하고 의문이 풀렸다. 좌측의 글자는 해가 아니라 '창문'이었다. 그림형 글자가 추상화·도형화 과정을 거치며 비슷한 형태로 통합된 결과다.

'밝을 명'은 창문으로 달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다.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떠올리면 되겠다. 어둠 속에서 오직 그곳만 어슴푸레 빛이 들면, 고대인(古代人)들은 그것을 '하늘이 나에게 말을 거는'것으로 인식했다. 하늘의 뜻을 읽고 마음이 밝아지는 것이 '명'의 원뜻이다.

게일로드 페리라는 야구선수가 있다. 1991년 77.2%의 득표율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주요 활약팀은 센프란시스코 자이언츠(10시즌)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4시즌)다. 1938년생으로, 1962년부터 1983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

1968년 9월 17일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노히트 노런을 하기도 했다. 통산 성적은 314승 265패 10세이브, 방어율 3.11이다. 양대 리그에서 사이영상을 수상한 최초의 투수다.

문제는 타격이다. 통산 타율은 0.131, 출루율은 0.153, 장타율은 0.164다(박찬호는 통산 타율 0.179, 출루율 0.215, 장타율 0.240). 아무리 대투수지만 너무한 성적이었다. 감독인 앨빈 다큐가 "페리가 홈런을 치는 것보다 사람이 달에 가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고 했을 정도였다.

1969년 7월 20일 닐 암스트롱과 버즈 알드린이 달에 착륙했고 정확히 30분 후 페리는 메이저리그 첫 홈런을 날렸다(통산 6홈런). 그날 경기는 오후 1시에 열렸고 달착륙은 오후 1시 17분이었다. 달 착륙 순간 모든 관중이 기립해 침묵으로 경의를 표했고 페리는 3회 오후 1시 47분 상대투수 클로드 오스틴(LA 다저스)의 직구를 강타해 담장을 넘겼다.

P.S.
아폴로 11호 우주선장 닐 암스트롱은 미 해군 조종사로서 6.25 참전용사다. 1951년 8월 파병, 1년 후 제대했다. 총 78차례 전투를 수행했다. 1951년 9월 3일엔 북한 지역 산악 비행 중 우측 날개가 파손돼 적진에 고립되기도 했다. 1950년 9월 28일 서울 수복에 큰 공을 세워 3개의 훈장을 받았다.

6.25 참전 해군 조종사로는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타자 테드 윌리엄스도 있다. 1952년 4월 30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2차대전에 이은) 재입대 기념경기를 치르고 그날로 군에 갔고 휴전 이후인 1953년 8월까지 한국에서 복무했다.

윌리엄스 대위는 F9F 팬서 전투기 조종사였는데 1952년 2월 16일 그의 비행기가 적의 포탄에 맞았다. 윌리엄스는 동체착륙을 했고 활주로에 내리자마자 비행기는 화염에 휩싸였다. 윌리엄스는 나중에 이 사건을 '내 생애 가장 극적인 홈런'이 라고 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직후 태연히 점심을 먹으러 나간 건 그럼 홈런 세리머니? 훗날 상원의원을 지냈고, 1998년 77세의 나이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에 승선한 역대 최고령 우주비행사 존 글랜도 6.25 참전용사다. 테드 윌리 엄스와 같은 전투기에 탑승한 윙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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