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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칼럼] 풍선, 공포 대상 되는 일 없게 대비해야

[이경욱 칼럼] 풍선, 공포 대상 되는 일 없게 대비해야

기사승인 2024. 09. 1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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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대기자
40대 잘 아는 총각은 풍선으로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내는 취미를 갖고 있다. 모임 때마다 풍선을 잔뜩 사갖고 와서 왕관을 비롯해 칼, 강아지 등의 모양을 만들어 참석자들에게 나눠준다. 다른 이들이 음식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때 그 총각은 풍선 작품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풍선을 받아 든 참석자들은 다양한 모양에 놀란다. 신속한 풍선 모양 만들기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풍선은 밀폐된 커다란 주머니에 수소나 헬륨 따위의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를 넣어 그 부양력으로 공중에 높이 올라가도록 만든 물건이다. 풍선은 우리 모두에게 어릴 적 경험했던 향수이고 아름다운 추억의 매개체이기도 하다. 어린 동생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가 힘껏 내뿜어 풍선을 부풀렸던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펌프가 있어 구태여 호흡을 통해 풍선을 부풀릴 필요는 없다. 어쨌든 풍선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꿈과 희망, 향수로 남아 있다.

미국의 어떤 초등학생이 행사 때마다 등장하는 풍선이 환경오염원이 된다면서 풍선을 없애달라는 청원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주마다 원칙이 다른 미국이라 통일된 규제는 없지만, 어떤 주에서는 대중 행사에 풍선을 날리지 말라는 법규를 만들었다고 한다. 풍선이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하니 씁쓸하기는 하다.

그런 풍선이 최근 들어 마냥 풍선일 수 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걱정을 거듭하니 두려움이 앞선다. 북한은 풍선 속에 각종 오물을 넣어 우리 쪽으로 보내 터지도록 하는 기이한 일을 하고 있다. 초기에는 오물을 넣어 보냈기에 우리 국민은 "아니 보낼 게 그리 없나?"라면서 애써 무시하고 외면했다. 북한이 물질적으로 풍요하지 못한 탓에 쓰레기보다 못한 오물을 보내는 것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있었다.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풍선이 그냥 풍선이 아니라는 게 드러나고 있다. 북한의 풍선에 무시무시한 추측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가 포함되기 시작해 모두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북한 쓰레기 풍선 탓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한 게 그것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 풍선에 달린 발열 타이머가 풍선과 내용물을 분리하는 열선을 작동시키는 과정에서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풍선 아래에 매달린 비닐 속에 쓰레기 등 내용물이 들어 있고 이 비닐을 태워 내용물을 떨어뜨리기 위한 발열 타이머가 비닐에 붙어 있다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이 타이머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비닐에 열을 가하는 장치로, 기폭장치와는 다른 개념이기는 하다. 아직은 큰 걱정을 할 단계는 아니라는 얘기다.

공중에서 비닐을 태우게 돼 있는데 지상까지 내려와서 작동되는 경우 내용물에 불이 붙을 수 있다고 군은 판단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인화성 여부와 폭발물 소재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군 당국은 풍선을 통한 화재 유발 도발 징후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추억 어린 풍선을 두고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북한이 풍선에 기폭장치와 폭발물을 달아 보낼 경우, 예상치 못한 엄청난 안보 파장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럴 경우 북한에 전적인 책임이 돌아가기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기는 하다. 폭발물은 아니더라도 타이머 불량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해 북한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빈틈없이 풍선에 대응해야 한다.

민간 지역에 떨어지는 풍선이 화재를 몰고 올 경우 그 피해는 막대할 것이다. 특히 수도권 등 인구 밀집지역에서 예기치 못한 화재가 발생할 경우 국민의 안보 불안이 한껏 커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실제로 경기 김포시의 한 공장 지붕에서 북한 풍선에 달린 장치와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발견돼 군 당국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소방 당국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던 중 이런 물체를 발견한 것이다. 이 외에도 북한 풍선의 장치 때문으로 추정되는 화재들이 경기 고양 다세대주택과 파주 야산 등지에서 일어났다.

북한 김정은이 정권수립일(9·9절) 연설에서 행한 "핵무기 기하급수적 확대, 흔들림 없이 관철해 나가고 있다"는 발언으로 안보 불안이 커지고 있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동원되는 12축 이동식 발사대도 공개해 더 그렇다. 이럴 때 등장한 북한 풍선 화재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군 당국과 우리 정부가 할 일은 자명하다. 북한의 풍선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시점에서부터 바람을 타고 우리 쪽으로 넘어와 땅으로 떨어지는 모든 풍선에 대해 정밀한 감시를 해야 한다. 오물 이외의 물체가 담겼거나 의심스러운 경우 격추 등 할 수 있는 모든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공중에서 수거하는 기술을 개발해 두면 어떨까. 북한이 처음에는 오물을 담은 풍선을 날렸다가 우리의 대응 능력을 봐가면서 다른 의도를 품고 점차 치명적인 물체를 담아 날릴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예상해야 한다.

풍선이 우리에게 향수를 주는 도구, 행사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는 긍정의 도구로 영원히 남기를 간절히 바란다. 자라나는 세대가 풍선에 공포를 느끼지 않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춰야 한다. 풍선이 안보 리스크,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흉이 되지 않았으면 더 좋겠다. 그러려면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통해 북한이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물론 북한도 그 어떤 상황에서도 오판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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