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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범죄 시궁창’ 된 텔레그램의 ‘뒷북 규제’

‘글로벌 범죄 시궁창’ 된 텔레그램의 ‘뒷북 규제’

기사승인 2024. 09. 0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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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간섭 배제 명목 범죄유포 방치
신원 도용·마약 밀매 판매창구 오명
하마스·IS 등 테러단체도 채널 운용
처벌 위기 CEO, 뒤늦게 해결책 제시
러시아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가 2016년 2월 2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정부 간섭이 배제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시작된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이 범죄와 테러물마저 방치하면서 글로벌 시궁창이 되고 있으며, 범죄자 전용 '다크넷'을 대체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는 러시아 태생으로 프랑스·아랍에미리트(UAE) 복수 국적자인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39)가 아동 포르노·사기·사이버 괴롭힘·마약 밀매·조직범죄·테러 옹호 등 각종 불법 콘텐츠가 텔레그램 내에서 무분별하게 유포·확산하는 걸 방치했고, 법 집행기관과의 협력 부족을 이유로 형사 처벌을 받을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나왔다.

NYT는 1만6000여 개의 채널에서 320만 건 이상의 메시지를 4개월간 분석해 텔레그램이 마약상·사기꾼·백인 우월주의자 등이 범죄 활동·허위 정보·아동 성적 학대 자료 등 사업을 공공연하게 하거나, 테러 및 인종차별 등 독성 발언을 퍼뜨리는 글로벌 시궁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두로프 CEO 체포를 계기로 소아성애자 조직·신원 도용범·마약 밀매범들이 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판매 창구로 이용한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며 텔레그램이 해킹된 데이터와 무기부터 불법 마약·아동 성적 학대 자료까지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는 최고의 인터넷 플랫폼이 됐다고 전·현직 법 집행 관리들과 사이버 범죄 연구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ISIS(이슬람국가·IS의 옛 이름)·기타 테러 단체들이 수십 개의 채널에서 많은 팔로워를 확보하고 있는데, 하마스 관련 40여 개 채널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약 250명을 납치한 후 평균 시청률이 최대 10배 급등해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4억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NYT는 전했다.

WSJ은 국제 비영리단체가 텔레그램에 대해 범죄자들이 아동 성 착취물을 보고, 공유하는 데 가장 널리 사용하는 앱이라고 판단했다고 알렸다.

2년 전에 개설돼 약 3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 채널은 사기꾼들이 피해자 명의로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큰 묶음의 여권·신분증·셀카를 샘플로 매일 선전, 회원들에게 전체 패키지를 구매하려면 비공개 채팅으로 연락하라고 공지했다고 WSJ은 전했다.

텔레그램이 등장하기 전 범죄자들은 일반적으로 특정 소프트웨어로만 접근할 수 있어 일반 인터넷 사용자들은 거의 접하지 못한 다크넷을 이용했는데, 이 마켓 사이트는 느리고 인터페이스가 투박하며 법 집행기관의 단속에 취약한 서버를 가지고 있었지만, 텔레그램은 빠르고 기능적이며 앱에서 직접 물건을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NYT는 이러한 유해 활동에 대한 텔레그램의 관용은 정부가 온라인에서 사람들의 말·행동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열렬한 신념을 가진 두로프 CEO로부터 시작됐다며 그가 지난 4월 24일 텔레그램에 "전적으로 우리 결정에 따라 사용자가 원하는 것, 즉 사용자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검열되지 않은 정보와 의견에 대한 접근 권한을 항상 제공할 것"이라고 썼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로프 CEO는 전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텔레그램 내 검열 개선과 문제 기능 삭제 등 방안을 공개했다. 아울러 그는 텔레그램의 익명 블로그 서비스인 텔레그래프의 미디어 업로드 기능이 '익명의 행위자'들에 의해 오용되고 있다며 이를 비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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