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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정용진·CJ 이재현 ‘사촌동맹’ 본격화…“1등 노하우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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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승인 : 2024. 09. 04. 16:22

연말까지 냉동 HMR 신제품 先론칭 출시
내년 혁신 제품으로 신시장 개척 '박차'
이마트 CJ제일제당 협업 사진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CJ제일제당센터에서 CJ제일제당과 이마트가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김상익 CJ제일제당 식품한국총괄(왼쪽부터), 박민석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 강신호 CJ제일제당 부회장,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황운기 이마트 상품본부장, 이형순 이마트 홈밀 담당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이마트
절전지훈(折箭之訓)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가는 화살도 여러 개가 모이면 꺾기 힘들다'는 뜻이다. 혈농어수(血濃於水)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로, 동서양을 떠나 민족·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구다. 결국 혈연으로 구성된 가문이 뭉치면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범삼성가인 신세계그룹과 CJ그룹 계열사들의 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종사촌 간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손을 맞잡으면서다. 이른바 '사촌 동맹'을 맺은 데는 신흥세력으로 등장한 쿠팡과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을 타개하기 위해선 각 사가 가진 장점을 백분 활용해야 한다는 판단이 주효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CJ제일제당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CJ제일제당센터에서 한채양 이마트 대표, 황운기 이마트 상품본부장, 강신호 CJ제일제당 부회장, 박민석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 등이 참석해 상품의 제조 유통에 대한 협력 확대를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번 논의는 지난 6월 맺은 'CJ·신세계 사업제휴 합의(MOU)'의 후속조치로, 양사 대표들은 상품 개발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유통과 제조 1등 DNA를 결합해 고객이 열광할 상품을 만들자"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양사는 이마트가 축적한 유통 업력과 고객 데이터를 통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CJ제일제당이 이를 바탕으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활용한 상품을 생산하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또 현재까지 출시한 공동 기획 상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 등을 공유하고 협업을 극대화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아울러 양사의 시너지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이마트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CJ제일제당의 제품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올해 안에 CJ제일제당의 주요 제품군 중 하나인 냉동 간편식(HMR) 신제품을 선론칭해 판매할 예정이다.

이마트와 CJ제일제당이 힘을 합쳐 내놓는 상품들은 이마트뿐만 아니라 트레이더스, 에브리데이, 이마트24, SSG닷컴 등 신세계그룹의 다양한 유통 채널을 통해 고객 접점을 확대해 나기로 했다. 현재까지 이마트-CJ제일제당 단독 판매 혹은 선론칭 제품은 '햇반 강화섬쌀밥' '육개장 칼국수' '제주식 고기국수' '스팸 튀김' 등이 있다.

내년에는 양사가 힘을 합쳐 아직 진입하지 않은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외식의 내식화, 시성비(시간대비성능) 트렌드에 맞춰 이마트와 CJ제일제당의 전문가들이 협업해 소비자 니즈에 최적화된 HMR 제품으로 범위를 넓힌다는 전략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와 CJ제일제당은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소비자 접점을 가진 회사로서 양사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집약해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는 혁신 제품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양사가 '전략적 동맹'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배경엔 실적 부진의 영향이 컸다. 이마트는 올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14조2627억원·영업이익 12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창립 이후 사상 첫 연간 적자를 기록하는 등 주어진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CJ그룹 역시 CJ올리브영을 제외하면 CJ제일제당과 CJ ENM의 실적 흐름이 예전만 못한 상태다.

업계 안팎에선 양사가 온·오프라인 유통 및 물류, 콘텐츠 등에서 사업적 협력을 통해 생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이미 물류 분야의 협력을 진행함으로써 신세계그룹의 이머커스 계열사인 G마켓과 SSG닷컴은 쿠팡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던 배송시간 단축 시킬 수 있게 됐으며, CJ대한통운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유통업계에 의하면 CJ대한통운이 신세계로부터 확보한 배송물량은 연간 5000만 건 이상으로, 이는 CJ대한통운이 지난해 처리한 택배(15억9600만건) 박스 분량의 3.1%에 해당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이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손자들로 사촌지간이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파격적인 협력"이라면서 "앞으로 양사의 강점이 합쳐지면 시너지는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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