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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험할 곳이 없다

[칼럼] 시험할 곳이 없다

기사승인 2024. 08. 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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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1997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캐나다형 가압중수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개량 핵연료를 개발했다.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원자로에 장전하여 성능을 평가해야 했다. 우리나라에도 월성에 동일한 원자력발전소가 있었다. 그런데 시험을 할 수 있는 규정이 없었다. 결국 캐나다의 원자력발전소에 개량한 핵연료를 보내서 성능시험을 추진했다. 물론 캐나다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기 위해서 제품의 정보를 제출했다. 기술자료가 유출된 것이다. 규정이 문제였건 보신주의가 문제였건 벌어진 일이다.

지금은 달라졌을까? 국내에서 개발된 핵연료는 모두 외국 원자로에서 시험하고 그 결과를 우리 규제기관에 제출해서 허가를 받는다. 연구용원자로에서 개발된 핵연료의 소결체와 피복재 등이 연소 과정에서 어떤 변화를 겪는지 시험해야 한다. 또 상용 원전에 장전해 장기 연소 후 건전성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 연구용 원자로는 이런 설비를 구축하는데 연구를 수행했으나 실패했고 규제기관은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시험 장전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

국내 최초로 개발된 소형모듈형원자로(SMR)인 스마트(SMART)는 2012년 표준설계인가를 받았다. 그런데 대형원전에 대한 안전 규제를 모두 적용했어야 했다. 원자로가 작아지고 단순화되었음에도 복잡한 규제를 모두 적용해 통과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작았던 시스템은 점점 커졌다. 대형원자로와 거의 같은 격납용기도 채택됐다. 결국 SMART는 대형원전과 거의 같은데 출력만 적은 원자로가 됐다. 규제가 한 일이었다. 물론 규제기관의 당연한 질의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인허가를 신청한 SMART팀도 문제였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하던 소듐냉각로(SFR)는 규제가 미비해 건설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규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100억원이 넘는 연구비를 지원했다. 그런데 규제 기술이 개발된 것 같지 않다. 규제기술이 개발될 수준으로 SFR 개발이 진척되지 않은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아무튼 과제는 발주됐고, 연구는 진행됐고, 규제 기술은 개발되지 않았다.

최근 SMR에 대한 규제기준을 사전에 마련하기 위한 연구가 대대적으로 착수됐다. 제발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고 성공적인 연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계획하는 것보다 과거에 왜 실패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연구조직과 실제 규제조직이 달랐다. 전자는 연구를 수행했으나 후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당시 KINS의 원장은 이를 조정하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었다. 연구자는 규제자에게 적절한 입력자료를 제공하지 못했다. 자기도 모르는 일을 시켰던 것이다.

이제 연구자는 개발된 기술을 어디서 시험하고 어떻게 인허가를 받을지 고민해야 한다. 쉬운 방법은 개발을 포기하고 외국에서 개발된 기술의 라이센스만 받아서 생산하는 것이다. 영원한 추격자가 되려는 것이다. SMR을 캐나다 규제기관에 심사를 계획하고 있다. 모두 규제가 미덥지 못한 것이다. 언제까지 원전부문의 신기술을 외국에 가서 시험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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