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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독일 사례로 살펴본 임대주택 민영화의 명암

[칼럼] 독일 사례로 살펴본 임대주택 민영화의 명암

기사승인 2024. 07. 1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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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림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독일은 오래 전부터 이른바 '사회주택(Sozialwohnung)'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을 관리해 왔다. 혹자는 독일에서 급격한 산업화가 진행되었던 19세기 중엽 도시지역 인구 증가에 따른 주택 수요에 충당하기 위해 공급된 '임대막사(Mietskaserne)'에서 그 연원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주택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의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되기 시작한 것은 2차 대전 이후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독일은 전통적으로 공공임대주택사업자 중심의 주택시장이 형성되었으며, 독일이 통일되기 이전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다. 독일이 통일된 이후에는 동독 주민들이 서독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베를린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부족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에 주택 공급을 늘리면서 한 때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여 주택 가격이 급락하는 등의 부작용도 발생했다. 특히 구(舊) 동독에서 건설하였던 공공주택을 통일독립 정부가 물려받으면서 공공주택의 공급이 급증해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되었다. 이에 독일 정부는 공공주택 관련 비용을 절감하고자 수십만 채의 공공주택을 민간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하는 등 민영화를 추진하였다.

이후 독일 임대주택시장은 빠르게 시장화가 진행되면서 몇몇 대형 민간임대사업자 중심의 독과점시장으로 변질되기 시작하였다. 예컨대 민간임대사업자인 보노비아(Vonovia)는 1990년대 진행된 공공주택의 민영화 과정에 참여한 이후 수차례의 합병을 거쳐 현재 베를린시 전역에 4만000여 채의 임대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1998년 도이체 방크가 설립한 도이체보넨(Deutsch Wohnen)도 최근까지 베를린시에서만 약 12만 채 가량의 임대주택을 공급했다. 베를린의 임대주택시장은 대형 민간임대사업자들이 약 150만 채를 공급하는 사실상 독과점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독일 임대주택시장이 민영화되자 임대료가 급등해 임대주택 거주자에게는 경제적으로 매우 큰 부담이 되었다. 가장 심각한 지역은 베를린시다. 독일 사회학자인 안드레이 흘름(Andrej Holm)에 따르면 2008~2018년 기간 중 베를린시의 임대주택 임대료는 평균 37% 상승했다. 그로 인해 베를린시 주민들이 시 외곽으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는 등 독일의 임대주택시장 민영화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였다. 최근 우리나라에 알려진 독일의 임대주택 임대료 제한 관련 위헌 소송 및 민간임대주택의 공영화 추진 등은 모두 이러한 상황에서 초래된 것들이다.

이와 같은 독일의 임대주택 관련 정책 사례는 최근 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각종 규제를 해제하고 조세 우대를 부여하는 등 민간임대주택사업자에게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각 지역 주택공사 등 공공임대사업자가 민간임대주택사업자에 비해 더 과중한 규제와 차별적 조세 부담으로 인해 사업의 이행에 장애가 된다는 점은 종종 문제로 지목되어 왔다.

민간임대사업자가 공공영역에서 정부의 역할을 대리하는 것에 대한 정책 지원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 시장에 맡기는 것 또한 만능은 아니다. 공공의 영역에서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역할도 필요하다. 특히 서민의 주거 복지를 위한 임대주택시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마찬가지로 민간임대사업자를 위한 정책 우대가 공공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차별로 작동해서는 안될 것이다. 주택임대사업은 주거 복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공공의 분야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공공주택 임대사업자들에게 필요한 정책 조치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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