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용적률 탓에 재건축 사업성 떨어져
사업계획승인·분담금 확정 등 걸림돌 남아 있어
공사비 급등에 조합원 분담금 부담 커지며 갈등 생길 수도
|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은 조합설립 인가→1차 안전진단→도시계획심의→건축위원회 심의→리모델링 허가 혹은 사업계획 승인→이주 및 부분 철거→2차 안전진단→착공→준공 순으로 이뤄진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1999년 준공된 경기 용인시 '죽전 도담마을7단지 뜨리에체'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달 20일 용인시의 건축·경관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했다. 지상 20층, 6개동, 430가구 아파트를 수평 증축해 494가구로 탈바꿈하는 게 목표다. 앞서 조합은 2021년 10월 SK에코플랜트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현대아파트도 지난달 13일 리모델링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올해로 준공 34년차를 맞은 이 단지는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지하 1층∼지상 10층, 1개동, 120가구에서 최고 15층, 2개동, 138가구로 증축된다. 조합은 이 과정에서 새로 늘어난 18가구를 일반에 분양해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덜겠다는 계획이다. 시공사는 쌍용건설이다.
경기 광명시 철산한신아파트도 지난달 11일 광명시 건축위원회 심의 문턱을 넘었다. 1992년 지상 25층, 12개동, 1568가구로 지어진 이 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통해 1803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거듭날 예정이다. 235가구가 늘어나는 셈이다. 쌍용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시공한다.
정부가 수도권 1기 신도시(중동·산본·평촌·분당·일산) 등을 중심으로 재건축 장려 정책을 펼치면서 리모델링 인기가 급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이들 단지의 높은 용적률이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 원인으로 거론된다. 통상 아파트 용적률이 200%를 넘으면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들 단지의 용적률은 249~292%에 달한다. 재건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기 보다는 비교적 사업 진행 속도가 빠른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다만 리모델링 사업이 순항하기까지 변수도 적지 않다. 주택법에 따르면 건축심의를 통과한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30가구 미만 증축 시 행위허가를, 30가구 이상 증축 시 사업계획승인을 각각 75% 이상의 주민 동의와 각 동 과반의 동의를 얻은 이후 시·군·구청장으로부터 받아야 한다. 사업계획승인을 받으려면 주택·복리시설의 규모, 배치, 배분 기준, 잔여 건물의 처분 방법 등을 기재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원 분담금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일반분양 증가분이 재건축 대비 적어 조합원들의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며 "치솟은 공사비 여파로 시공사와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조합 내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