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윤석명 칼럼] OECD 회원국 연금 전문가들이 평가한 한국의 연금개혁 <1>

[윤석명 칼럼] OECD 회원국 연금 전문가들이 평가한 한국의 연금개혁 <1>

기사승인 2024. 06. 30. 17:58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윤석명
윤석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지난 6월 19일 국회에서 연금연구회가 주최한 국제 세미나가 열렸다. 제18차 OECD 연금 전문가 회의(The 18th Pension Experts Meeting In the Asia-Pacific Region)에 참석했던 전문가 중에서 시사점이 큰 국가들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우리 연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에 근거하여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컸다.

세미나 개최에 앞서 열렸던 18차 전문가 회의에서 OECD 전문가들은 지난 5월 말까지 치열하게 진행된 한국의 연금개혁 논쟁을 목격했다. 첫날인 17일에는 한국 대표로 참가한 필자를 통해, 18일에는 최영준 연세대 교수의 발표를 통해 한국의 연금개혁 논쟁을 제대로 경험했다. 바람직한 연금개혁 방향을 두고 두 발표에 큰 차이가 있어서였다.

19일의 연금연구회 주최 세미나에 앞서 필자가, 한국 연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함께 '국가 지급보장조항' 등 논란이 큰 주제 중심의 발표를 부탁했다. 발표 자료에 중요 내용이 많다 보니 칼럼을 두 번 나눠 쓰려고 한다. 이번에는 OECD 사무국과 핀란드 전문가 견해가, 다음 회는 노르웨이, 호주, 일본 전문가의 견해가 수록될 것이다.

서울 회의에는 참석했으나, 19일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OECD 사무국의 앤드류 라일리(Andrew Reilly) 연금 분석관은 언론 공개를 전제로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하 내용은 OECD 전문가 회의 종료 후에 필자와 나누었던 대화 내용을 구체화해 당일 전달해 온 문서에 근거하고 있다.

"현행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면서 보험료는 13%까지 올리는 방안은, 현재 국민연금이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40% 소득대체율 지급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13% 이상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 … 국민연금 의무납입연령을 현재 59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환영한다. 전 근로기간에 보험료 납부가 가능하게 해서, 받는 연금액을 최대한 늘릴 수 있게 해야 한다. … 국민연금 소득재분배 기능은 제거하되, (저소득자와 취약계층 대상으로) 기초연금을 더 강화해야 한다. 저소득자와 취약계층 보호가 중요하다. 따라서 기초연금 개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 GDP 대비 연금 지출액 전망치가 포함된 'Pensions at a Glance 2023'에서 한국의 경우에는 국민연금만을 다루고 있다. 기초연금과 공무원연금 등이 포함된다면, 7.5%(2060년)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필자와의 18일 오후 인터뷰에서 OECD의 앤드류 라일리는 한국 정부가 기초연금, 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의 장기 전망치를 공식적으로 공표한다면, OECD가 발간하는 보고서의 GDP 대비 연금 지출액에 이들 모두 포함하겠다고 했다. 2070년 이후에도 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액 비중이 10%에도 못 미친다는 흔히 언급되는 주장들이, 비중 높은 주요 연금제도의 지출을 제외한 전망치라는 필자의 거듭된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필자는 2023년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와 국회 연금특위 자문위원회에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을 분리하여 운영하는 우리의 특수성으로 인해 공적연금 지출액이 과소 추정되고 있음을 거듭 지적했었다. OECD 회원국 중에서 분리 운영하는 국가는 우리를 포함하여 4개국에 불과하다. 필자 추산에 따르면 모든 공적연금 지출을 포함할 경우, 2070년 이후의 GDP 대비 지출액 비중이 15%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한국 정부가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과 기초연금 장기 전망치가 담긴 책자를 공식적으로 발간하지 않음에 따라 일부 전문가와 정치인이 악용하고 있다.

이렇게 사실을 왜곡하지 못하게 정부가 하루빨리 공식적인 전망치를 공표해야 한다. 앤드류 라일리 연금 분석관은 OECD가 발간하고 있는 Pensions at a Glance와 OECD Reviews of Pension Systems: Korea(2022)의 공동 저자다. 그러니 연금연구회 주최 세미나의 의미가 크다고 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장기 전망치를 공식 보고서로 발간한다면, 그 수치를 반영해 기존과는 다른 GDP 대비 연금 지출액 전망치를 수록하겠다고 확약해서다.

핀란드 국가공인 계리사인 이즈모 리스쿠(Ismo Risku) 핀란드연금센터 기획조정실장은 이메일로 의견을 제출했다. "'봄철에 농부가 게을러 적기에 작물을 심지 못하면, 가을에 수확할 곡식이 없다'는 속담은 미래의 소비를 위해서는 현재 시점의 희생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 그런데 한국인들은 미래 연금지출로 사용될 소요 재원을 현재 시점에서 너무도 적게 준비하고 있다. 이는 재정계산과 국제비교를 통해 명확히 알 수 있다. … 전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음에도 현재 소득 대비 너무 적은 액수만을 저축하고 있다. 충분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 연금제도는 미래에 제대로 연금을 지급하기가 어렵다. 이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다."

19일 세미나에 참석한 미카 비드룬트(Mika Vidlund) 핀란드 연금센터 대외협력 담당관은 핀란드가 2025년 1월로 예정된 연금개혁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규칙 기반의 안정화 시스템을 통해 어떠한 경제 충격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연금 보험료율 안정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국회 연금특위의 '44% 소득대체율-13% 보험료율'안은 냉정하게 평가했다. "연금개혁이 시급한 한국이 40% 소득대체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더 높여야 한다. 한국 국회에서 논의된 13%가 아닌, 15% 이상으로 더 높여야 한다. 개혁이 지연되는 만큼 미래 세대에게는 더 많은 부채가 전가된다. … 보험료 인상과 기대여명계수를 활용하면 보험료 인상 폭을 줄일 수 있다. … 개혁 대안으로 핀란드식 개혁 또는 더 급진적인 스웨덴식 개혁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개혁은 빠를수록 좋다. … 핀란드 연금에는 지급보장 조항이 없다."

지속 가능하게 연금을 개혁하는 대신에,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조차 어려운 '국가 지급보장조항을 법제화'하자는 한국의 연금 논의가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를 입증한 세미나였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윤석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