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전당대회 마크맨①]
6월28일 부산일정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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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 불안하지 않게 엄마좋나, 아빠좋나 묻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세요."
"박수영 의원은 우리동네 연예인이예요. 아이들, 엄마들과 간담회도 많이 하고요. 그런 자리가 많이 마련되면 좋겠어요."
아시아투데이 박지은 기자 = 지난 28일 부산 남구에서 열린 당원간담회 현장.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당원들로부터 받은 질문 겸 당부들 입니다. 참 쉬운 말들인데 국민의힘이 처한 △소수여당의 무기력함 △당정관계 △지역정치 등 3대 문제가 고스란히 담겨있죠. 정치인들이 자주 하는 '국민들은 다 알고 계신다'는 그 말이 확 체감됐다고 할까요.
첫번째 질문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소집한 해병대원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 대한 지적입니다. 당시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출석 증인들을 상대로 10분간 회의장 밖 복도에 나가 있으라고 퇴장 명령을 반복해 논란이 됐는데요. 여기에 대해 '국민의힘은 도대체 무엇을 했냐'는 겁니다. 한 후보는 "저희가 실망하지 않게 해드리겠다. 어차피 우리는 숫자에서 밀리지만, 결기를 보여드릴 것이다. 쭈뼛대지 않겠다고 약속한다"고 답했죠.
두 번째 질문은 보수 지지층에 퍼져있는 '윤한(尹韓) 관계' 우려가 담겨있습니다. 오랜 당원의 눈에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도, 보수진영의 차기주자로 손꼽히는 한 후보도 모두 소중하니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는 식으로 갈라치기 하지 말라는 겁니다. 한 후보를 겨냥한 친윤(親尹)계의 견제와 대통령실 익명 관계자들의 자극적인 발언이 줄지어 보도된 점도 당원들의 불안을 키운걸로 보입니다. 한 후보도 질문의 뜻을 파악한 듯 "제가 잘 하겠다. 엄마아빠 그런거 없고 대한민국, 부산 위한 그런 좋은 정치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세 번째 질문은 지역정치 활성화에 대한 요구가 담겨있습니다. 질문자는 "저희들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다. 사실 정치 잘 모르고 크게 관심 없지만, 저희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아이들과 함께 할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죠. 한 후보는 "제게도 그런 자리 마련해주시면 좋겠다. 총선 과정에서 정책택배 등을 많이 했는데 여러 공약을 다시 상기시키고 실제로 하겠다는 다짐의 장을 만들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한 후보는 이날 부산 남구 당원들과 만남을 시작으로 해운대구(을), 해운대구(갑), 진구(갑), 진구(을), 연제, 강서, 사하(을) 당원간담회에 참석했는데요. 각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마다 분위기가 사뭇 다르더군요. 해운대을 김미애 의원의 사무실은 편안한 가정집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데, 당원들이 콩나물 시루처럼 가득 했죠. 해운대갑 주진우 의원 사무실은 지하철 장산역 앞 큰 상가 건물 5층인데요. 치과를 닮았습니다. 이곳도 한 후보와 장동혁, 박정훈 최고위원 후보들을 만나러 온 당원들로 북적였습니다.
'이런 게 풀뿌리 정치인가?' 생각을 했던 곳은 강서구 김도읍 의원 사무실이었습니다. 김 의원 사무실은 부산 강서구청 인근에 자리해있어 주민들이 평소에도 자주 찾는다고 합니다. 이날도 큰 테이블을 중심으로 당원들이 빼곡하게 앉아 한 후보, 장 후보, 박 후보 이야기를 경청했습니다. 한 후보 도착 전 당원들이 김 의원에 대해 "정말 일을 잘한다", "고마운 일이 많다"고 칭찬도 아끼지 않더군요.
부산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비행기 창문 아래로 수도권 도심의 빼곡한 불빛, 복잡한 도로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문득 부산 당원간담회에서 본 장면을 수도권에선 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민의힘은 경기도 60개 지역구 중에 단 6개만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54명은 지역구 사무실에서 당원들도 만나고 민원도 해결해주겠지만,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사무실조차 열지 못하니 쉽지 않겠죠?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다음주엔 인천시당 행사 참석 등 수도권 행보를 이어갈 예정인데,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