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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방위조약 발동은 고려 않아”…中과 남중국해 긴장 고조에 수위 조절 나선 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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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4. 06. 23. 12:56

PHILIPPINES-CHINA-DEFENCE-DIPLOMACY <YONHAP NO-2501> (AFP)
필리핀군이 6월 17일 촬영해 19일 공개한 영상. 남중국해 세컨드 토마스 암초에서 발생한 충돌사건 당시 중국 해경 대원들이 칼을 휘두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AFP 연합뉴스
남중국해 상에서 필리핀과 중국의 충돌이 격화되는 가운데 필리핀이 갈등 수위 조절에 나섰다. 양국 해경 간 무력충돌에도 필리핀은 "미국과의 상호방위조약 발동을 고려하지 않는다"거나 "오해나 사고였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22일 AP·로이터 등에 따르면 필리핀은 최근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세컨드 토마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에서 발생한 충돌에 대해 "미국과의 상호방위조약을 발동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중국 해경선은 세컨드 토마스 암초 상주 병력에 대해 인원 교대와 물품 보급 등에 나선 필리핀 해군 선박을 공격했다. 필리핀군에 따르면 중국 해경은 구명보트 2척에 탄 비무장 상태의 필리핀군 병사들을 마체테(대형 벌목도)·도끼·봉·망치 등을 휘두르며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필리핀군 병사 1명의 엄지손가락이 절단되고 M4 소총 8정 등 필리핀 측의 장비가 압수·파괴되기도 했다.

필리핀 해경은 이번 사건을 "해적 행위"에 비유하며 중국에 압수한 소총 등을 반환하고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중국 해경은 "우리 해경은 전문적이고 절제된 방식으로 행동했다"며 필리핀이 "건축 자재를 몰래 빼돌리려 했을 뿐 아니라 군사 장비도 몰래 들여오려 했다"고 주장하며 필리핀을 비난했다.
루카스 버사민 필리핀 행정장관은 이 충돌이 "오해이거나 사고였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 이것을 무장공격으로 분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미국과의 상호방위조약에 명시된 무력공격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리핀군의 재보급 일정을 중국이 사전에 알지 못한 점에 의해 충돌이 촉발됐을 것이란 뜻이다.

버사민 장관은 이에 "중국이 더 자제하는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하겠다"며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가해양위원회 명의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에게 재보급 임무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일정을 사전에 공개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미국과 필리핀의 상호방위 협정은 미국이 남중국해를 포함한다고 말하는 태평양 전역에서 선박·항공기·군대 및 해안경비대에 대한 한쪽의 '무장 공격'이 발생할 경우 상대방의 자기 방어를 돕게 된다. 최악의 경우 중국과 필리핀의 무력 충돌이 미국까지 개입하는 상황으로 확산할 수 있는 것이다.

필리핀과 중국의 충돌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앤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교장관과 지난 19일(현지시간) 전화 회담을 갖고 중국의 확대적 조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이번 행동이 "필리핀의 합법적 해상작전에 대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하며 양국의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국의 확고한 약속을 강조했다.

베트남을 방문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도 "최근 (남중국해) 상황은 심히 우려스럽다"며 중국의 행동이 "무책임하고 공격적이며 위험하고, 정세를 매우 불안정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지역에서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는 국제법을 존중하고 이 해역에서 책임 있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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