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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칼럼] 부동산 세제, 쉽고 간편해야

[이경욱 칼럼] 부동산 세제, 쉽고 간편해야

기사승인 2024. 06. 1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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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대기자 사진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우리나라처럼 부동산 관련 세제가 복잡한 나라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기획재정부 세제실과 국세청 국장급 간부와 언젠가 나눈 얘기다. 부동산 관련 세제는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등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정치권의 단골 공약 메뉴로 부각돼 짜깁기 과정을 거쳐 '누더기'가 된 지 오래라고 안타까워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부동산 세제 담당자도, 국세청 양도소득세·상속세 담당자들도 세법 편람을 자세히, 꼼꼼히, 그리고 오래 들여다봐야 적용해야 할 규정을 찾아낼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이들은 부동산 관련 세제의 예외를 최대한 없애고 가급적 '심플'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너무 멀리 나가 되돌아 올 수 없는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우리의 부동산 세제는 너무나도 복잡하다. 양도세는 거주 기간별로 세금 부과가 차이가 난다. 보유 기간이나 소유자 나이도 반영된다. 증여·상속세도 예외가 아니다. 미로를 헤매게 할 정도다. 그래서 납세자들은 꼼짝없이 세무사 등을 통해 세금 신고납부를 해야 한다. 국세청이 엄청난 예산을 들여 홈택스를 개선한다고 하지만, 그건 평범한 신고납부에 국한되는 것일 뿐 조금이라도 복잡해질라치면 전문가 손을 빌릴 수밖에 없다.

우리의 세제가 얼마나 복잡다단한지 예를 들어보자. 서울에 아파트를 한 채 샀다고 가정할 때 그는 취득 시 지방세인 취득세와 등록세를 내야 한다. 취득·등록세는 요율이 정해져 있고 예외가 별로 없어 납세자 모두가 수긍하는 편이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만일 그가 취득한 아파트가 일정 가액을 넘어가면 그때부터 세금 계산이 복잡해진다. 재산세 과세 대상은 주택가격이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9억원 이하면 감면 혜택을 받는다. 중산층 이하 주택 소유자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아마도 정치적 외풍을 타지 않았을까 싶다. 재산세 과세 표준 산정도 오르락내리락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공약에 따라 춤춘다.

아파트가 일정 가액 이상이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내야 한다. 종부세는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대한 중과(重課)가 목적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진 자에 대한 편협함'이 내재돼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정도다. 재산세를 내는 납세자에게 또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그래서 실수요자에 대한 종부세는 명백히 이중과세다. 종부세는 이름 그대로 부동산이 1채 이상 있을 경우에 납부하도록 하는 게 옳다. 1가구 1주택자도 예외 없이 주택 가액이 일정 이상이면 내야 한다. 그런데 그 가액도 오락가락이고 자주 변한다. 예외 조항도 많다. 부자들을 위한 세금이었겠지만 지금은 웬만한 중산층이면 다 내야 한다.

그가 생을 마감했을 때에는 상속세를, 죽기 전 자녀에게 증여했을 때에는 증여세를 각각 낸다. 이 역시 이중과세다. 이미 살아생전에 재산세, 취득세, 등록세, 종부세 등 세금을 닥치는 대로 냈다. 과세 대상 물건과 소유주는 그대로 있는데 세금은 재주를 피우며 매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애 마지막 날까지 세금을 내다 보면 웬만한 부자 아니고서는 재산이 확 줄어들기 마련이다.

부동산 관련 세제는 사회 변화를 다양하게 받아들이면서 숱한 변화를 거듭했지만, 여전히 납세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왜일까. 그것은 예외 조항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 정치 바람을 타서 그렇다. 운 좋으면 과세 기준 선에서 빠져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반대의 경우도 흔하다.

윤석열 정부가 종부세 전면 폐지, 상속세 완화 등 세제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과세 기준 가액 등 설정 시점이 지나치게 오래됐고 내용도 미진하다. 세계 10위권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했을 정도로 국민의 자산 가액이 증가한 현재의 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차제에 복잡한 세법 내용을 최대한 단순화하는 쪽으로 세법 개정에 나서면 좋겠다. 평범한 납세자라면 누구나 홈택스 등을 통해 간편하게, 그리고 이의 없이 세금 신고납부를 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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