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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포커스] 의료계 집단행동에 소송도 멈췄다…속타는 법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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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 기자

승인 : 2024. 06. 02. 17:00

코로나로 지연됐던 의료감정…의정갈등에 더욱 악화
"감정촉탁의 제도 활성화 위한 제반 논의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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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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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병원에 신체 의료감정 촉탁을 요청하면 일주일 만에 반송된다. 의사들의 업무 과다가 이유다. 수임 의료사건 중 감정 신청을 지난해 4월부터 진행했는데 1년 2개월 동안 9번이나 반송됐다. 최근 의료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사들이 더 안 받아 주고 있고, 의뢰인은 계속 컴플레인을 한다. 도대체 왜 사건 진행이 안 되는 거냐고."

의료사건에서 법원과 피해자 측이 병원에 요청하는 신체감정이 의료대란 여파로 후순위로 밀리면서 재판지연을 낳고 있다.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일손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현장에 남은 의사들이 감정촉탁 업무에 할애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의료감정 등 외부 위탁 업무가 평소에도 후순위에 놓인 상황에서 의료대란까지 겹치면서 법조계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문감정 지연으로 인한 미처리 의료 사건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매년 쌓여가고 있다. 실제 서울중앙지법 단독 재판부에서 계류 중인 의료전담사건은 △2020년 275건 △2021년 273건 △2022년 273건 △2023년 296건으로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합의부 미제사건은 △2020년 164건 △2021년 156건 △2022년 113건으로 파악됐다.

의료소송 과정에서는 법관의 부족한 의료지식과 경험을 보충하기 위해 전문의 신체감정 절차, 진료기록 감정 절차가 필수적이다. 의료 과실에 대한 인과관계를 증명하고 손해배상 액수 산정을 위해서는 반드시 의료감정 절차를 거쳐야 하고, 환자가 사망하지 않은 사건에서도 거의 필수적으로 진행된다.
아시아투데이 취재에 응한 의료법 전문 변호사들은 코로나19 이후 이같은 의료감정 절차가 후순위로 밀린 데 이어 최근 의료사태까지 겹치면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신은규 법무법인YK 변호사는 "의료 소송 자체가 진료기록·신체 감정이 핵심적인 절차로 그게 없으면 재판 진행이 안 된다. 확실히 의료대란 이후로 체감상 반송률이라든가 회신 오는게 지연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찬 더프렌즈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병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응급환자, 다음이 진료 계획에 따른 환자다. 외부 위탁 등 업무는 마지막"이라며 "법원에서는 촉탁이라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위탁받은 것이 되는데 진료 업무에 비해 후순위로 밀린다. 원래 있던 문제인데 (의료대란으로 인해)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의사 출신 변호사도 "재판을 하려면 대학병원에서 감정을 해줘야 하는데, 지금 전공의도 없고 의무도 아니라서 하지 않으려 한다. 의료대란이 3개월 째인데 전공의들이 1년 동안 안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사실상 관련 의료 관련 재판은 올스탑 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의료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감정촉탁의 제도 활성화를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반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의 신 변호사는 "감정촉탁 업무 보수가 낮은 것도 문제다. 현재 교수에게 지급되는 기본 감정비가 60만원이고 신체 감정비용은 40만원 선이다. 교수들이 감정 후 증액을 요청하긴 하지만 요청이 안 받아들여지거나 또는 일부만 증액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정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데 돌아오는 비용이 적으니 다들 꺼리는 것"이라며 "국가 보조 제도를 통해 감정 절차에서 국가가 돈을 선지급해주고 승·패소에 따라 반환하는 식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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