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민진당 지지 세력 거센 반발
파랑새 운동으로 번질 가능성도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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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여야는 지난 17일, 21일, 24일, 28일 4차례 해당 법안에 대한 논의 및 표결을 진행한 바 있다. 첫 3차례는 치열한 철야토론까지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라이칭더(賴淸德) 총통이 취임한 지 8일 만에 법안은 통과됐다. 라이 정부로서는 정부 출범부터 가시밭길이 예고됐다고 할 수 있다.
친중 성향의 제1 야당 국민당과 중도 성향의 제2 야당 민중당이 주도한 이 법안은 국방비를 포함한 예산안에 대한 강화된 통제권을 입법원에 부여하는 내용이 우선 들어 있다. 또 총통이 정기적으로 의회에 출석해 국정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도록 강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입법원의 수사 권한 확대, 총통과 기업, 심지어 일반인까지 소환 조사할 수 있는 권한과 기밀문서에 대한 접근권까지 입법원에 부여하도록 하는 내용 역시 포함됐다.
당연히 허를 찔린 여당 민진당은 야당이 입법부의 감독 권한을 확대함으로써 민주주의를 훼손하게 됐다고 비난하고 있다. 또 국가안보 역시 위태로워진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총통의 권한을 대폭 축소해 결과적으로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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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반 입법 시위는 2014년 '해바라기 학생운동' 이후 대만 최대 규모의 시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바라기 학생운동은 학생과 활동가들이 2014년 3월 18일부터 4월 10일까지 입법원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시위를 뜻한다. 당시 시위대는 중국과 대만이 졸속 처리한 양안 서비스무역협정에 반대하면서 입법원을 기습 점거한 바 있다. 결국 3월 30일 약 10만여 명의 시위대가 학생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협정은 무산된 바 있다.
민진당 등의 여권은 이번 항의 시위를 '파랑새 운동'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는 시위 장소가 입법원 건물 주변의 칭다오둥루(靑島東路)인 사실과 관계가 있다. 우선 칭다오(靑島)는 칭뇨(靑鳥·파랑새)와 글자가 비슷하다. 또 칭냐오는 신화에서 행복을 상징하고 가정을 지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야당 입장에서는 더욱 부담이 가는 시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혁 법안이 발효될지는 불분명하다. 대만 현행법에 따르면 행정원(내각)은 입법원에서 통과한 법안을 거부하거나 총통에게 전달할 수 있다. 총통은 10일 이내에 법안을 공표해야 한다. 하지만 행정원이나 총통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법으로 제정되지 않는다. 이 경우 국민당과 민중당 위원들은 헛수고를 한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