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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지연 근본책 ‘법관증원법’ 국회서 좌초…“당장 재판부 40개 사라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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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혁 기자 | 김채연 기자

승인 : 2024. 05. 27. 17:22

21대 국회 법사위 열리지 않으면서 자동 폐기 수순
신규 법관 채용 전 법안 불통과시 40명 축소 선발
판사 "국민들 '재판지연' 감수해야 하는 상황 닥쳐"
"결국 칼자루는 국회에"…'검사증원 따로 가자'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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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게티이미지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재판 지연'의 근본 해결책으로 꼽히는 법관증원법이 21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될 위기다. 정원 동결에 따라 올해부터 신규 법관을 예년보다 적게 뽑을 수밖에 없게 됐는데, 곧 단독 재판부 30~40개가 사라지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법부 안팎에선 내년도 법관 채용 절차 중 중간 심사가 예정된 6월 말까지가 마지노선인 만큼, 22대 국회가 신속하게 법관증원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법사위에 계류 중이던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개정안이 28일 예정된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되기 힘들어졌다. 본회의에 올라가지 못한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법관증원법은 5년간 순차적으로 법관 정원을 370명 증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22년 12월 27일 발의된 뒤, 지난 7일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지만 9부 능선을 앞두고 벽에 막혔다.

법관 정원은 지난 2014년 법 개정으로 370명 증가해 3214명이 된 뒤 10년째 그대로다. 당장 올해 진행되고 있는 신규 법관 임용부터는 현재 판사 현원이 3105명에서 전체 정원을 넘지 않는 109명만 뽑을 수 있다. 최근 4년간 연평균 신규 법관 임용 수가 140명인 것을 감안하면, 평소보다 최소 31명을 덜 뽑는 것이다.
사법부로선 증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장 판사 한 명이 사건을 맡는 '단독 재판부'가 줄어든 인원만큼 각 법원에서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이 많이 몰리는 법원일수록 단독 재판부 하나가 없어지는 타격이 크다.

실제 지난 2020~2022년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사건 기준, 민사 단독 재판부 1곳이 평균 247~297.8건의 사건을, 형사 단독 재판부가 370.6~451.5건을 맡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서울중앙지법에 조직된 민사 단독 재판부는 144곳, 형사 단독 30곳인데 이 중 재판부가 하나씩 없어지면 남은 재판부 한 곳당 민사는 2개, 형사는 14개 가량 사건을 더 담당하게 된다.

수도권의 한 현직 판사는 "법원마다 한두 재판부가 줄어드는 것이 생각보다 타격이 크다. 판사가 써야 하는 판결문이 지금보다도 늘어나는 건데, 사실 지금도 판결 1건 작성에 투입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시간은 경험적으로 평균 6~7시간 정도다. 재판부가 줄어들면 결국 충실한 기록 검토가 이뤄지지 못하거나 사건 적체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재경지법 한 부장판사도 "지금도 재판 지연 문제가 불거지는데, 당장 내년 수십 개 재판부가 사라지면 국민들에게 재판 지연은 그냥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판사가 늘어나면 재판 지연 해소는 물론, 여유가 생기니 충실한 심리도 가능할 것"이라며 증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법원행정처에선 올해 1월부터 진행 중인 법관임용절차 중, 법관인사위원회 중간심사가 있을 6월 말을 시한으로 보고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통상 해당 년도에 뽑을 인원이 전제돼 있는 상태에서 중간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며 "중간 심사 전까지 법 통과가 확정되면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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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루는 결국 22대 국회가…검사 증원은 별도"

공은 결국 22대 국회로 넘어갔다. 사법부는 올 하반기 진행될 내년 신규 법관 채용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그 전에 법안이 통과되기를 촉구하고 있다. 다만 법원은 법안 발의부터 심사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더더욱 대두된다.

앞선 부장판사는 "일각에선 21대에서 증원이 안 되면 22대에서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당장 법률안 제출권부터 사법부에 없다"며 "칼자루를 쥐고 있는 22대 국회가 법관증원법 통과를 위해 집중해 주지 않는다면 당장 내년부터 신규 법관 충원이 줄어든다"고 전했다.

법관증원법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힌 이유는 결국 '검사 증원'이었다. 통상 지금까지는 판사가 늘어난 만큼 재판이 많아지니, 그에 맞춰 공판 검사를 늘려야 한다는 취지에서 판사 증원과 검사 증원이 함께 이뤄졌었다. 이번 개정안 제출 당시에도 판·검사 증원법이 동시에 제출됐으나 야당 측에선 "늘어난 공판 검사를 수사검사로 보낼 수 있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관행을 깨고 검사 증원과 별도로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온다. 앞서의 수도권 지역 판사는 "물론 형사 재판부가 많아지면 공판 검사도 같이 증원돼야 한다. 하지만 늘어난 판사 모두가 형사부로 가는 것도 아니라 민사, 행정, 특허, 회생 등 검사와 결부되지 않은 영역에도 배분될 것"이라며 "법관 증원의 영향 대부분이 형사재판 외 영역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반드시 같이 처리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후 검사의 권한이 크게 축소되면서 업무량도 축소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검사를 계속 증원하는 게 맞는지, 어디까지 증원하는 게 적절한지는 다시 한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상혁 기자
김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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