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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시험대에 올리려는 홍준표? ‘처신 논란’ 오세훈 [2027 與잠룡리포트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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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기자

승인 : 2024. 05. 25. 15:54

[취재후일담]으로 쓰는
[2027 與잠룡리포트⑤]
한동훈·오세훈·홍준표·안철수는 요즘
잠룡4
(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정재훈 기자, 송의주 기자, 이병화 기자, 대구시
잠룡(潛龍)의 뜻을 한 번 살펴볼까요. 사전적 의미는 '아직 하늘에 오르지 않고 물속에 숨어있는 용'이라고 합니다. '왕위를 잠시 피해 있는 임금이나 기회를 아직 얻지 못하고 묻혀있는 영웅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도 하고요.

여의도 정치에선 대선 출마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잠룡이라고 부릅니다. '용들의 전쟁'이라는 구태스러운 표현을 쓰고싶진 않았지만, 요즘 여권 잠룡들의 행보는 차기 대선 경선의 예고편을 보는 듯 합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야권에서 자꾸 운운하는 탄핵이 현실화되지 않는 한 2027년 3월 3일 실시될 예정입니다. 2년 7개월가량 남았네요. 권력은 누군가 쥐어주는 게 아니라 쟁취하는 거라고 했던가요? 당장 다가오는 여름 전당대회, 내년 재보궐선거, 그리고 서울시장선거, 대선 레이스까지 이들이 어떤 경쟁을 펼칠지 기대됩니다.

국민의힘-대구광역시 예산정책협의회
홍준표 대구시장이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대구광역시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
부산 연제구 지원 나선 한동훈 비대위원장<YONHAP NO-2680>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1일 부산 연제구 연산역 앞에서 김희정(부산 연제구)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동훈의 공간 열어주는 홍준표의 속내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번주에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맹렬하게 비판했습니다. 홍 시장은 24일 페이스북에 "내가 최근 특정인을 연일 비판하는 것은 대선을 의식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또 다시 생길 수 있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를 막자는 것"이라고 남겼습니다. 검찰 총장을 하다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된 윤석열 대통령이 갑툭튀의 대표적인 예인데요, 한 전 위원장도 홍 시장 입장에선 갑툭튀죠.
아이로니컬하게도 홍 시장의 과한 비판은 한 전 위원장에게 정치적 공간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한 전 위원장이 3년가량 쓰지않던 페이스북 계정을 되살린 것도 홍 시장의 '배신자' 비판을 반박하기 위함이었고요. 최근에는 '해외직구 논란' 등 현안에 목소리를 낼 때 페이스북을 활용하고 있죠.

총선 참패 후 정치권에서 물러난 한 전 위원장을 끊임없이 소환한 것도 홍 시장입니다. 솔직히 총선 참패 후 여당 출입 기자들은 기사거리가 없어 허덕였습니다. 지리멸렬한 국민의힘에서 홀로 원색적인 언어를 쏟아내는 홍 시장이 연일 언론의 주목을 흡수했던 이유죠. 홍 시장, 총선백서 특위, 일부 친윤계가 몰고간 '한동훈탓 논란'이 없었다면 집에서 쉬던 한 전 위원장 소식을 언론에서 이토록 주목했을까요?

홍 시장이 한 전 위원장을 과할 정도로, 집요하게, 반복적으로 비판하고 공격하는 걸 두고 초반엔 '윤석열 대통령의 입 역할을 자처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윤 대통령이 홍 시장 부부와 지난달 만찬을 4시간이나 했다는 이야기가 퍼졌으니까요. 하지만 홍 시장이 최근 윤 대통령까지 싸잡아 비판하는 걸 보면 아닌 것 같고요.

요즘은 새로운 분석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홍 시장이 일부러 한 전 위원장을 전당대회 판에 이끌어내려고 한다는 겁니다. 전당대회 과정 혹은 당 대표가 된 후 당을 이끌며 한 전 위원장의 단점이 노출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요. 어차피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2년 7개월여에 이르니, 미래의 경쟁자를 시험대에 올려 검증받게 만들겠다는 속셈이 숨어있다는 거죠.

홍 시장은 '갑툭튀 정치인은 더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이건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물론 앞으로 차기 대선 주자로도 한 전 위원장이 나서선 안 된다는 겁니다. 홍 시장의 기준으로 한 전 위원장은 정치 경험 없이 대권을 거머쥔 윤 대통령과 같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해 치열한 경선을 치르고, 당 대표가 되면 더는 '갑툭튀' 정치인이 아니게 됩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에서 대선 후보를 거쳐 대통령에 취임하는 데까지 1년6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는데요. 한 전 위원장은 완전한 정치인으로서 3년이나 국민들과 만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앞서 법무부 장관 시절까지 기억하는 이들은 5년이나 한 전 위원장을 지켜본 셈이죠. 이 시기에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면, 검사 출신 대통령에 학을 뗀 국민들을 자신의 편으로 설득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기면 대권의 꿈도 멀어지겠지만요.

한편으론 여당 대표의 앞날이 사실상 '가시밭 길'이라는 우려도 큽니다. 지방선거 공천권도 없고요. 약 1년의 시간동안 거대 야당과 대통령실 사이에서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 입니다. 더욱이 한 전 위원장은 '금뱃지'가 없는 '원외 인사'라 당 대표가 되더라도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죠.

한 여권 관계자는 "홍 시장의 취미 중에 골프와 바둑이 있는데, 바둑은 다음 수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괜히 저러는 게 아니다"라고 하더군요. 한 전 위원장도 어릴 때 기원을 다녀 바둑이 5급 정도 된다는데, 두 사람이 몇 수까지 내다보고 있을 지 궁금해지네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송의주 기자
서울시 침수 취약가구를 위한 '동행파트너' 발대식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침수 취약가구를 위한 '동행파트너' 발대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오세훈의 처신, 안철수의 채상병 특검법 반대 의사
오세훈 서울시장의 이번주는 '아쉬운 처신'으로 요약됩니다. 정부의 '해외 직접구매(직구) 규제' 논란에서 촉발된 여권 차기 주자 간 장외 설전에서 오 시장의 '처신' 관련 발언이 마지막 불쏘시개가 됐기 때문이죠.

오 시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이 이미 사과한 해외직구 정책을 두둔하며 "정부 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남겼습니다. 정부 정책을 지적한 여당 중진은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당선인 그리고 한 전 위원장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뒤따랐죠.

그러자 한 전 위원장이 21일 페이스북에 "서울시장께서 저의 의견 제시를 잘못된 '처신'이라고 하셨다"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건설적인 의견 제시를 '처신' 차원에서 다루는 것에 공감할 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도 있지만, 불가피하게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때는 최소한도 내에서, 정교해야 하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요.

오 시장은 한 전 위원장의 반박글 이후 "여당 정치인들이 SNS로 의견 제시를 하는 것은 가급적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재반박글을 남겨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그는 "중진은 필요하면 대통령실, 총리실, 장차관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고 협의도 할 수 있다"며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내부 통로는 놓아두고 보여주기만 횡행하는 모습이 건강하지 않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했죠. 이어 "그러나 처신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잘못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오 시장을 둘러싼 '처신 논란'에 대해 공감되는 평론을 옮겨봅니다. 김병민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채널에이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손익계산서'를 따져본건데요. 김 전 최고위원은 "한 전 위원장 입장에서 남는 장사를 했고, 유승민 의원은 해왔던 정도의 스탠스를 이어간 본전, 오 시장은 가장 잃은게 많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기로 마음을 정하며 '여당 속 야당' 역할을 굳히고 있습니다. 현재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공개적으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은 안철수·유의동·김웅 등 3명입니다.

안 의원은 4·10 총선 이후 정부의 의정갈등 국면에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여러 현안에 대해서도 작심발언을 이어오고 있고요. 여당 속 야당의 성공 사례는 과거 이명박 정권 말기 박근혜 대통령이 대표적입니다. 안 의원의 '비윤'(非尹)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부드러운 이미지의 안 의원이 22대 국회에선 '강한 철수'로 변신할 것 같습니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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