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상담실선 "예약 안돼 돌아가라"
수사기관은 전담부서 이유로 '뺑뺑이'
|
학폭 피해 학부모 A씨가 그날만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A씨가 아들 B군의 학폭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로 이미 중학교 2학년 2학기 때부터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한다. A씨는 "체육시간에 가만히 서 있는데 성기를 움켜잡고 아무일 없다는 듯이 가버렸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이게 한 번이 아니었어요. 너무 놀라 생각도 제대로 안 난다고 하고 머리가 새하얗게 됐다고 했어요.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B군은 이 같은 학폭 피해 이후 한여름에도 바람막이 잠바에 검정 마스크를 쓰고 긴바지를 입는다. 신체를 가리고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하려는 행동이었다. A씨는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밖에도 못 나오고 그 자리에서만 있었다고 한다. 가해자는 활발한 아이였고 피해자인 제 아들은 친구가 없고 말수도 적은 편이었다"고 했다.
A씨는 아들의 학폭 사건에 대해 교육청, 경찰 등 수사 및 연계기관에서 어떤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오히려 피해자 연대 모임인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학가협) 활동에서 도움을 받아 변호사 선임 등을 진행했다.
아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힌 가해 학생들에 대해 학교에서 내려진 조치는 반성문이었다. 이에 A씨는 직접 학교를 찾아 상담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되돌아온 건 '미리 예약을 안 해서 들어갈 수 없다' '수업해야 하니 방해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지난해 5월에 접수된 학폭은 9월에 1차 심의가 시작됐다. 폭행에 협박, 강제추행까지 참담한 상황이었다. A씨는 2차(올해 1월 16일) 심의에서 새로운 건으로 가해 학생 측에 대한 신고를 진행했다. 그사이 A씨는 아이가 가해자와 같은 고등학교에 배정되지 않을 수 있도록 관련 기관에 분리 배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같은 고등학교에 배정됐고 다시 분리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A씨는 당시 장학사에게 '누가 배정을 하는 것이냐'고 물었으나 '그러게요. 난 관여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수사기관의 어처구니없는 태도에도 A씨는 분개했다. A씨는 "학교폭력 상담센터인 117에 신고 후 경찰에게 '우리 애가 떨고 있다'고 했더니 담당 경관이 내게 '가해자들도 얼마나 떨고 있겠냐'고 하더라.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다른 분이 받으며 방금까지 통화를 하던 사람이 반차를 내고 갔다고 하더라"며 황당했던 일화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