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등 글로벌 산학계와 협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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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혹은 국가의 탄소배출감축 목표(NDC)를 매겨가며 친환경성을 따지는 상황에서 수소의 거래는 가장 확실한 탈탄소 방법이다. '탄소배출권'을 대신해 수소를 거래한다면, 폭발적인 수요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당장 3년 뒤부터 국제해사기구 IMO의 환경규제가 본격화 하면서 친환경 선박에 대한 니즈가 커져간다. 이미 수소의 전 단계라 불리는 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를 운반하는 선박과 이를 연료로 한 추진선은 바다 위를 오가고 있다.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해양 플랜트 기술력을 토대로 수소경제의 최종단계로 불리는 그린수소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수소운반선과 수소 연료전지 추진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앞서 HD현대가 2021년 육·해상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축을 골자로 한 '수소 드림 2030 로드맵'을 발표하면서다. HD현대는 육상부터 해상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 걸쳐 수소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중 해상 분야는 HD한국조선해양이 맡고 있으며, 육상 분야는 기계·에너지 등 계열사가 담당한다.
해상 분야에선 이미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 HD현대중공업과 2021년 12월 국내 최초로 LNG·수소 '혼소엔진'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수소엔진의 첫 단계라 할 수 있는 엔진을 개발한 것으로, 내년에는 100% 완전한 수소엔진을 개발하겠단 목표를 세웠다.
지난달 초에는 울산 사업장에 '선박 탄소중립 R&D 실증설비'를 구축했다. 다양한 기술이 속속 나오는 만큼 기술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검증할 기회가 필요하단 판단에서다. 설비는 선박에 탑재되는 일련의 화물 운영 시스템을 육상에 구축해 해상에서 구현되는 실제 성능을 예측할 수 있다.
수소 분야가 아직 미지의 영역이고, 수소운반선 및 추진선은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어 HD한국조선해양은 산학계와 전방위적인 협력에 나서는 모습이다. 최근 호주 최대 에너지 기업인 우드사이드에너지, 현대자동차그룹의 종합물류사 현대글로비스, 일본 글로벌 선사 미쓰이OSK라인스와 액화수소 운송 밸류체인 구축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4사는 오는 2030년까지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인 수소 해상 운송 기술을 개발한단 계획이다.
이외에도 미국선급협회, 독일 드레스덴 공대와 대형액화수소 화물창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 중이며, 노르웨이 과학기관 및 기업들과 수소운반선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내년까지 액화수소 특성과 탱크 형상을 고려한 초대형 수소운반선의 선형과 수소 추진 시스템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미국 제너럴일렉트릭, 플러그파워 및 SK E&S와 국내 연 25만톤의 블루수소를 생산, 유통, 활용하는 수소 밸류체인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블루수소 생산과정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안전하게 운송할 4만㎥급 대용량 액화이산화탄소(LCO2) 운반선을 세계 최초로 건조할 예정이다.
이처럼 연구개발(R&D)에 공들이는 만큼 그 투자 규모 역시 제일 크다.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1분기 R&D비는 237억원으로, 동종업계인 삼성중공업(177억원), 한화오션(141억원)보다 많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지난해 세계 최대 가스 행사인 '가스텍2023'에서 "HD현대는 그간 가장 혁신적인 해상 운송 솔루션을 제공하며 시장을 이끌어 왔다"며, "친환경 시대에 선도적인 첨단기술 개발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