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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탐사] “학교도 수사기관도 가해자 편” 학폭 피해 학부모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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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 기자

승인 : 2024. 05. 22. 18:33

"수사기관등 어디서도 제대로 도움 받지 못해"
"학교는 '관여 못해', '되돌아가라'는 응답 뿐"
탐사
"아들이 어느 날 '죽고 싶다'며 학교를 안 가더라고요. 가해자들은 쉬는시간마다 아이를 못살게 괴롭혔고, 위축시키게 만드는 행동들을 했어요. 학교 폭력(학폭) 전조 증상들이 있었던 거죠."

학폭 피해 학부모 A씨는 최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그 날만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말했다. A씨는 "체육시간에 서 있는데 성기를 움켜잡고 아무일 없다는 듯이 가버렸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이게 한 번이 아니었어요. 너무 놀라 생각도 제대로 안난다고 하고 머리가 새하얗게 됐다고 했어요.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낀 거죠"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B군의 학폭 사실을 A씨가 처음 알게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다. 학폭은 이미 중학교 2학년 2학기때부터 시작됐다. 아들의 학폭 사실을 인지하고 난 후 A씨는 "아이가 다니던 학교 건물만 보여도 오금이 저리고 치가 떨려서 저 지옥같은 학교를 어떻게 갔나 싶었어요. 아이는 지난해 5월 신고 이후로 방치된 상태"라며 눈물을 보였다.

B군은 학폭 이후 한 여름에도 바람막이 잠바에 검정 마스크를 쓰고 긴바지를 입는다. 자신을 눈에 띄지 않게 하려는 행동이다. A씨는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밖에도 못나오고 그 자리에서만 있었다고 한다. 가해자는 활발한 아이였고 피해자인 제 아들은 친구가 없고 말수도 적은 편이었다"고 했다.
A씨는 아들의 학폭 사건에 대해 교육청, 경찰 등 수사 및 연계기관서 어떤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오히려 피해자 연대 모임인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학가협) 활동에서 도움을 받아 변호사 선임 등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는 "아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힌 가해 학생들에 대해 학교에서 내려진 조치는 반성문이었다. 직접 학교를 찾아 상담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미리 예약을 안해서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선생님 수업해야 한다고 방해하지 말라더라"며 분노했다.

지난해 5월에 접수된 학폭은 그해 9월에 1차 심의가 시작됐다. 학폭 심의가 개최된다는 통지서가 날아오면서다. 폭행에 협박, 강제성추행까지 참담한 상황이었다. A씨는 2차(올해 1월 16일) 심의에서 새로운 건으로 가해 학생 측에 대한 신고를 진행했다.

그 사이 A씨는 아이가 가해자와 같은 고등학교에 배정되지 않을 수 있도록 관련 기관에 분리 배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B군과 가해 학생은 같은 고등학교에 배정됐고 다시 분리배정을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A씨는 당시 장학사에게 '누가 배정을 하는 것이냐'고 물었으나 '그러게요. 난 관여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수사기관의 어처구니없는 태도에도 A씨는 분개했다. A씨는 "학교폭력 상담센터인 117에 신고 후 경찰에게 '우리 애가 떨고 있다'고 했더니 담당 경관이 내게 '가해자들도 얼마나 떨고 있겠냐'고 하더라.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다른 분이 받으며 방금까지 통화를 하던 사람이 반차를 내고 갔다고 하더라"며 황당했던 일화를 전했다.

A씨는 이후 해당 경관에 대한 기피신청을 내고 117보다 직접 신청하는 것이 빠르겠다는 생각에 수사기관을 방문했다. 하지만 민원인실에 있던 경찰들에게 들은 답변은 "이곳은 신고하는 곳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A씨는 "그 앞에서 전화로 다시 신고를 했다. 신고센터는 거기서 신고를 하면 된다고 했는데, 알고 봤더니 신고를 담당해야 할 중앙 직원들도 결국 몰랐던 것"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상담 치료부터 학폭 처분 조치까지 피해자가 다 스스로 알아서 해야되는 상황이다. 누구하나 아랑곳 하지 않는다. 자기와는 상관없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으니까. 이 시스템 안에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라며 "결국 피해자들이 연대하지 않고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아이들은 피해자인 상태인 채로 자랄 수 밖에 없다. '넌 죄가 없고 네 잘못이 아니다'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연대는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A씨는 현재 가해 학생 측을 대상으로 형사고소를 진행 중이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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