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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이날 오후 워싱턴DC에서 베트남의 무역지위 변경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의견 수렴에 나선다. 상무부는 7월 말까지 검토를 마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현재 베트남을 비롯해 중국·러시아·벨라루스 등 12개국을 비시장경제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미국은 이들 국가에 덤핑 조사과정에서 시장경제국과 차등을 두고 높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 베트남은 그동안 자국의 경제 개혁 조치 노력과 긴밀해지는 양국 관계 등을 반영해 경제 지위를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팜 민 찐 총리도 지난해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을 만나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해달라 당부하기도 했다.
미국이 베트남의 무역지위를 시장경제로 인정할 경우 미국으로 수입되는 베트남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베트남산 냉동새우는 25.76%의 반덤핑 관세가 적용되지만 시장경제 국가로 인정 받은 태국산 새우의 관세는 5.34%에 불과하다. 무역지위가 격상할 경우 미국 수출품에 부과되는 징벌적 반(反)덤핑 관세를 낮출 수 있고 중국에서 벗어나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는 시장경제 지위를 결정할 때 통화 교환성, 노사 교섭에 따른 임금 결정 여부, 합작벤처 등 외국 투자 허용 수준, 생산에 대한 정부 통제 수준, 자원 분배 및 기업의 가격·생산 결정에 대한 정부 통제 수준 등의 기준을 적용한다.
베트남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한 테드 오시우스 미·아세안 비즈니스협의회 회장은 로이터에 "베트남은 이미 시장경제"라며 "미국 기업들은 이미 베트남 성장 잠재력을 인식하고 베트남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새우 수산업계와 철강 노조 등은 베트남의 시장경제 지위 부여에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제프리 게리시는 베트남의 시장경제 지위 격상이 "베트남으로부터 불공정하게 거래되는 수입품의 홍수를 촉발할 것"이며 "미국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중국의 플랫폼이 됐다"고 지적했다. 지위 격상이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고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선물이 될 수 있단 것이다. 미 상원의원 8명과 하원의원 31명도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에게 비슷한 주장을 하며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베트남에 막대한 투자를 한 중국 국영 기업들이 미 관세를 더 쉽게 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짚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베트남이 재분류에 필요한 기본적인 노동권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성명을 통해 "베트남 노동조합법은 정부가 통제하는 노조만 허용한다"며 "베트남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할 수 있다거나 그들의 임금이 자유교섭의 결과라는 말은 거짓"이라 비판했다.
통신은 베트남과 더 가까워지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노력이 대선을 앞두고 철강노조 등 노조원의 표를 얻으려는 구상과 정면으로 부딪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