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등 상급병원 무급휴가 시행
"전공의 사태로 진료실적 등 급락"
처방전 감소한 약국도 경영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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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희대병원 등을 산하에 둔 경희의료원이 경영난으로 인해 다음 달부터 급여 지급을 중단하거나 희망퇴직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주형 경희의료원장은 지난달 30일 교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개원 이래 최악의 경영난으로 의료원의 존폐 가능성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당장 올해 6월부터 급여 지급 중단과 더불어 희망퇴직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했다.
경희의료원은 지난 3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 뒤 무급휴가 시행, 보직 수당 및 교원 성과급 반납, 운영비 삭감, 자본투자 축소 등 비용 절감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매일 억 단위의 적자가 지속하면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주요 상급종합병원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20일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이탈에 상급종합병원들은 외래진료·수술 등이 절반 수준으로 줄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지 오래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의사를 제외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 등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중이다. 서울아산병원은 무급 휴가뿐만 아니라 '빅5' 병원 중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도 받고 있다.
국가보훈부 산하 보훈병원 역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전공의들의 이탈로 진료 횟수가 줄면서 병원 수입이 감소해 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앙보훈병원은 현재 병상가동률이 50~5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병원은 정부 기관이 운영 중이지만 병원 수익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고 기관 지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유성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지난 2일 임직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예상치 못한 전공의 사태로 중앙병원 진료실적이 급락했고, 지방 보훈병원 병상가동률도 상당 폭 하락했다"며 "연말까지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지난해 509억원보다 더욱 커다란 적자가 예상된다. 운영자금 고갈로 하반기 1000억원의 대출을 받아야 직원 급여를 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상급종합병원 앞에 줄지어 영업 중인 이른바 '문전약국'은 병원의 경영난 여파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모양새다. 상급종합병원들의 진료가 줄자 병원 앞에서 공생하던 약국들도 축소 운영 또는 폐업을 고민 중이다.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앞 한 약국은 처방 건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했다. 상급종합병원이 진료·수술을 절반 가량 줄인 만큼 약국들도 영향을 받는 것이다. 약사 A씨는 "약국에서 처리하는 처방전이 전공의 이탈 전엔 하루 700건가량이었지만 지금은 300건 정도로 줄었다"며 "처방 건수가 지속 감소하고 있어 약국 경영에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성모병원 인근 약국은 들어오던 처방전이 30%가량 감소했다. 이 약국의 약사 B씨는 "전공의 이탈 장기화로 병원이 축소 운영돼 우리 약국도 운영난을 겪고 있다"며 "약국 내 근무인원을 줄여야 하나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