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2층엔 10명 안팎의 손님만 방문
저출산으로 아동용품 수요 급감하고
온라인쇼핑으로 빠져나가 매출 타격
"이제는 가격 낮춰 팔아도 장사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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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사흘 앞둔 2일 오전 11시께 서울 남대문시장 아동복거리에서 만난 양모씨(58)는 어린이날 행사 현수막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30년 가까이 아동복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양씨는 "20년 전만 해도 손님들이 줄을 서가며 옷을 사갔는데, 지금은 찾아와 주는 손님에게 감사할 뿐"이라며 "매출은 10분의 1가량 줄었고, 아동복 장사하는 상인들이 저출산 문제를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아동복 거리는 이날 시장 내 다른 골목과 비교해도 한산했다. 아동복 매장 30여 개가 모인 한 상가 2층엔 10명 안팎의 손님들만 오갈 뿐이었다. 가게 주인들은 손님이 없어 휴대전화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1년 중 아동용품 수요가 가장 많은 어린이날이지만 '어린이날 특수'는 옛말이 된지 오래다. 저출산으로 아동용품 수요 자체가 줄어든 데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빠져나가면서 대목이 사라졌다.
아동복 거리 곳곳에는 '2024년 남대문 아동복 어린이날 대축제' 현수막이 걸려있었지만 아직 활기를 찾지 못한 분위기다. 완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 김모씨(60)는 "처음 가게를 운영했을 때는 어린이날이면 부모님들로부터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장난감 가격을 깎아달라'였는데, 이제는 가격을 아예 낮춰 팔아도 장사가 예전 같지 않다"며 "예전엔 손님이 하루 100명 정도 왔지만 이젠 20~3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해마다 꾸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출생아 수는 2019년 30만2700명, 2020년 27만2300명, 2021년 26만600명, 2022년 24만9200명, 2023년 23만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특히 지난해 출생아 수(23만명)는 10년 전인 2013년 출생아 수(43만6000명)의 47.25% 수준에 그쳤다. 1970년 출생아 수(101만명)와 비교해 보면 77.23%나 감소했다.
국내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으로, 1970년(4.5명) 인구통계가 시작한 이래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인 38개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국가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약 2.1명인데, 우리나라는 그 수준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어린이공원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어린이 공원은 2017년 1273개, 2018년 1268개, 2019년 1262개, 2020년 1257개, 2021년 1249개, 2022년 1248개로 해마다 소폭 줄어들고 있다. 반면 주로 노년층이 즐기는 파크골프장은 느는 추세다. 전국 파크골프장은 2017년 137개에서 올해 382개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아이 1명만 낳아 잘 키우자'는 부모가 늘다 보니 고가 아동 용품 시장이 커지면서 중저가 아동복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남대문시장 인근 한 백화점 7층 아동복 매장에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어머니들로 북적였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1인 자녀가 많다 보니 자녀에 대한 고가의 제품을 선호하는 하이엔드 소비자 층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 대안도 많아졌기 때문에 전통적인 채널인 오프라인 매장이 위기를 맞게 되는 측면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