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로 차지한 개고기 불법 노점, 시민 통행 불편 야기
전문가 "불법 노점, 경동시장 콘텐츠 망가뜨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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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은 바퀴 달린 장바구니를 끌고 장을 보러 온 어르신부터 청년들로 북적였다. 이곳은 최근 유튜버 등이 시장의 저렴한 물가를 소개하며 '어르신들의 홍대'에서 M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상인들은 '고물가'라는 뉴스를 보란 듯이 저렴한 가격으로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찹쌀도너츠 4개 1000원, 10개 2000원, 망고 4개 1만원이었다.
가격이 치솟아 '금사과'로 불리는 사과(부사)도 평균 6개에 1만원에 판매했다. 딸기 1팩은 5000원, 2팩은 8000원, 3팩은 1만1000원에 판매했다.
사과 14개를 2만원에 구매한 50대 황모씨는 "경동시장이 마트보다 싸다"며 "남편과 장 보러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온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에 미소를 짓는 것도 잠시뿐이었다. 시민들은 장바구니와 검은 봉지를 들고 인상을 찌푸린 채 좁은 보행로를 통과해야 했다. 일부 불법 노점이 보행로 일부를 차지해 통행에 불편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던 정소현씨(31)는 지나가는 시민들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몸을 왼쪽 오른쪽으로 돌리며 가까스로 보행로를 빠져나왔다. 정씨는 "버스정류장과 가까우면 뭐하냐. 사람 2~3명이 지나가기도 불편한데"라며 "시장 구경도 하고 맛집도 가려고 일부러 찾아왔는데 입구에서 버젓이 개고기까지 내놓고 판매하니 (경동시장에 대한) 시작과 끝이 안 좋다"고 말했다.
특히 불법 노점들은 냉장 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상온으로 개고기를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도 달랐다. 허가를 받아 운영 중인 정육점에서는 개고기 1근(400g)을 5만원에 팔았지만, 불법 노점에서는 1만원에 판매했다.
전문가들은 불법 노점에 대해서는 일자리 연계 등을 통해 생계를 보호하는 한편, 엄중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불법 노점은 말 그대로 불법이다. 불법을 계속 용인하게된다면 시장의 보행권, 미관, 지역상권에 대한 콘텐츠를 망가뜨릴 수 있다"며 "장사가 잘될 때도 있지만, 쇠퇴한 국면에 돌입하게 될 경우 지역 상권이 같이 붕괴할 수 있으므로 상인들도 함께 고민해 봐야 하는 문제점"이라고 제언했다.
강명구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개고기가 아니더라도 불법 노점에서 판매하는 건 위생 문제가 크다. 잘못하면 상하거나 거기에서 나오는 부산물 등이 도시환경을 해친다. 특히 식중독이 발생할 경우에도 시민들은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개고기를 판매하는 노점이 통행에 불편까지 야기하는데 강제 철거를 못하는 게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불법으로 하는 것들은 사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단속해야 한다. 더욱이 개고기는 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단순한 불법 노점과 다른 방법으로 엄중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구 관계자는 "일반 불법 노점(562개)에 대해서는 2022년부터 강제 철거를 시작해 현재 419개 남아있다"며 "생계형 노점에 대해서는 일자리 전환 등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등 이른 시일 내에 정비해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로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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