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동→왕십리 갈아타니 집값 껑충
선호지역 붙이며 '집값 띄우기' 바람
법적제재 수단 없어 명확한 기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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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기지역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지역간 집값 격차가 갈수록 뚜렷해지자 아파트 단지명을 아예 인기 지역으로 바꾸려는 곳이 늘고 있다. 집값 상승 지역으로 꼽히는 마포·목동·왕십리·반포 등으로 단지명을 갈아타려는 것이다. 최근에는 지역명에도 없는 '서반포'까지 등장하자 자정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5일 부동산 정보업체 호갱노노를 통해 마포·왕십리 등 선호지역으로 아파트 이름을 바꾼 단지들의 실거래가를 비교한 결과 대부분 집값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축산물시장 이미지가 강한 마장동 일대에선 교통 입지를 강조한 '왕십리'와 자연친화적인 이미지의 '청계'로 단지명을 변경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가장 먼저 단지 이름을 바꾼 '왕십리 금호어울림'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2023년 10월 마장에서 왕십리로 개명한 이후 한달 만에 전용 84㎡형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에서 13억4500만원으로 3억4500만원이 오른 것이다.
이에 '마장'이 붙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간판 바꾸기 사례가 부쩍 많아졌다. 지난달에는 '마장 삼성래미안'이 '왕십리 삼성래미안'으로 단지명을 교체 변경했고, 지난 3일에는 '마장 현대' 아파트가 '청계 현대'로 이름을 바꿨다. 마장동 '중앙하이츠'도 '왕십리 중앙하이츠'로 단지명 변경을 추진 중이다.
마포구 대현동과 아현동 일대 재개발 단지들에서도 '마포'가 붙는지 여부에 따라 가격이 달라졌다. '신촌'에서 '마포'로 갈아탄 '마포 그랑자이'는 지난해 6월 간판을 교체한 후 전용면적 84㎡형의 최근 1개월간 실거래가 평균이 18억1000만원으로 1년 동안 평균 매매가격이 2억1200만원 올랐다. 인근 북아현동 'e편한세상 신촌'의 전용면적 84㎡형이 같은 기간 1억2958만원 오른 것과 비교된다. 지난 1년간 3.3㎡당 집값 상승률을 따져봐도 '마포 그랑자이'가 18.3% 오르는 동안 'e편한세상 신촌'은 상승률이 8.39%에 그쳤다.
이러다 보니 다른 행정구역에 위치해 있는 데도 무리해서 선호 지역을 단지명에 붙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양천구 신정·신월동의 아파트들이 대부분 '목동'을 붙인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목동 힐스테이트'를 필두로 '래미안 목동 아델리체' '호반써밋 목동' 등은 신정동에, 심지어 신월동에 있는 '센트럴 아이파크 위브'마저 '목동'을 붙였다. 신정·신월·목동 등 3개 동으로 이뤄진 양천구에 '목동'만 있는 게 아니냐는 우스개소리도 나돈다.
최근에는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아파트에서도 단지명에 지역명이 없는 '서반포'를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반포 아파트' 인기에 편성하려고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시(市)를 넘나들기도 한다. 'DMC한강 호반써밋', 'DMC한강숲 중흥S-클래스', 'DMC 자이 더리버' 등은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에 들어서 있는데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DMC(디지털미디어시티)'를 단지명으로 쓰고 있다.
행정구역이 아닌 지역명을 사용하다 보니 우편물·택배 등의 혼란이 잦고 지역 주민 간 갈등까지 유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지난해 서울시가 너무 긴 이름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듯 이제 동(洞)명, 지역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잡아줘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법적 제재 수단이 없다보니 지역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으면 자칫 아파트 매입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