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 개발 李에 보고·승인받아” VS “시간 지날수록 기억 뚜렷해지나”

총선 전날 '대장동·위례·성남FC' 재판…李, 참석
유동규 "남욱·정영학 도사라고 피력…李 추진 지시"
李측 "유동규, 조사 과정 중 기억난 것 진술" 추궁
유동규 "질문받고 집중하다 보면 기억날 수도" 반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22대 총선을 하루 앞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공판 출석하며 기자회견에 앞서 지지자들에게 조용히 해달라며 손짓을 히고 있다. /박상선 기자

4.10 총선 전날 열린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재판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민간업자들이 작성한 위례 신도시 사업 계획을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재차 언급했다. 이 대표 측은 유 전 본부장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뚜렷해느냐"고 따져 물었다.

유 전 본부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9일 열린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공판에 증인신문에 참석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1월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가 수립한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계획서를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이 진술을 놓고 검찰과 이 대표 측이 치열한 공방을 전개했다.

검찰은 오후 재주신문에서 "증인은 남욱의 방안대로 하면 2014년 6월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 전 위례 사업이 성공되기 때문에 이 대표를 반대하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측의 주장을 묵살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가"라고 질문했고 유 전 본부장은 "그렇다"며 수긍했다.

검찰은 또 "이후 민간업자가 만든 계획서에 대한 보고를 받은 이 대표가 '민간업자를 통해 추진하자'고 지시한 것이 맞느냐"고 재차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위례 신도시 계획서를 승인하면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유 전 본부장은 보고 당시 남 변호사, 정역학 회계사 등을 '도사'라고 표현하면서, 이들이 준비한 방안대로 하면 위례 신도시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피력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 측은 검찰 신문에 앞서 진행한 반대신문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위례 개발 보고' 부분과 관련해 "지난 재판에선 '조사 과정에서 기억난 게 있었다'고 했다"며 "증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뚜렷해진 건가"라고 추궁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기억이라는 것이 신경 쓰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구체적으로 생각하면 떠오를 수 있는 것"이라며 "질문이나 서류를 제시받고 집중하다 보면 기억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맞섰다. 이어 "남욱이 준 보고서를 가져가서 얘기하니 이 대표가 '개발사업 얘네 줘봐'라고 얘기했다"며 "이걸 모르면 나중에 어떻게 이렇게 진술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대표 측이 "증인이랑 남 변호사는 조건 없이 보석 석방되지 않았느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김만배도 그랬는데 왜 빼고 말하는가. 이재명이랑 친해서 그런가"라며 "김만배가 불까 봐 김만배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라고 고성을 질렀다. 이에 이 대표 측은 "증인이 변호인을 모욕한다"며 재판부에 조치를 요청해 10분간 휴정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10~2018년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면서 김만배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등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줘 7886억원의 이익을 얻게 한 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으로 지난해 3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표는 위례 신도시와 관련해 성남시장 재직 시절 남 변호사, 김만배씨 등 민간사업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제공해 시공사 등과 211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게 한 혐의(부패방지법 위반)도 받는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재판에 출석하며 "저의 손발을 묶는 것이 검찰 독재 정권, 정치검찰의 의도인 것을 안다. 그러나 국민으로서 재판 출석 의무를 지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재판이 끝나면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리는 당 차원의 마지막 유세에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