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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잔금 안 돌려주고 오피스텔 넘겨받은 임대인…대법 “사기 아냐”

[오늘, 이 재판!] 잔금 안 돌려주고 오피스텔 넘겨받은 임대인…대법 “사기 아냐”

기사승인 2024. 04.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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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금 추후 송금" 거짓말한뒤 오피스텔 점유
檢 "잔금 지불 능력·의사 없어" 사기죄 적용
대법 "'점유권 이전'만으로 사기죄 성립 안돼"
대법원12
대법원 전경/박성일 기자
임차인에게 보증금 일부를 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내 '오피스텔 점유권'을 넘겨받은 임대인에게 사기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의규제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일부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판단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자신이 소유한 오피스텔을 임차한 B씨와의 계약이 만료되자 보증금 1억2000만원 중 7000만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5000만원에 대해 "1일 이체한도로 한번에 송금하는 것이 어려우니 추후 송금하겠다"고 속인 뒤 새 임차인을 받기 위해 공인중개사를 통해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등 '오피스텔 점유권'을 편취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당시 여러 사기 혐의로 함께 기소됐는데 검찰은 차용금 및 연체된 카드 대금 채무 변제 등으로 잔금 5000만원을 지불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봤다. 만일 B씨가 이를 알았다면 오피스텔 점유권을 이전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사기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이익은 채무이행을 연기 받는 것 등도 해당하므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1·2심 재판부는 검찰이 구성한 공소사실을 받아들여 유죄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형법상 사기죄의 경우 피고인의 기망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재물을 교부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입어야 하는데 원래 A씨 소유인 오피스텔의 점유를 이전한 것만으로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은 "B씨가 임차한 오피스텔을 점유하며 이를 사용·수익하다가 추후 나머지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겠다는 A씨의 말에 속아 나머지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않고 오피스텔의 점유권을 피고인에게 이전했더라도 사기죄에서 재산상의 이익을 처분했다고 볼 수 없다"며 "공소사실 중 점유권을 편취했다는 사기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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