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송 회장이 이끄는 현 경영진이 추천한 이사진 6명에 대해 전원 찬성하고 송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 측이 제안한 이사진 5명에 대해 전원 반대한다고 밝혔다.
송 회장 등이 제시한 이사진 선임안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는 게 국민연금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송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자신들과 임 사장 직계가족, 송 회장이 설립한 가현문화재단 등 특별관계자 지분을 합친 지분 35%에 한미사우회의 약 0.33% 지분과 국민연금 7.66% 지분을 더해 약 43% 정도 우호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 반대하는 임종윤·종훈 형제는 자신들과 자녀 등 특별관계자 지분을 합친 28.42%에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분 12.15%를 더해 40.57% 정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판세대로 오는 28일 주총에서 표결이 이뤄질 경우 한미사이언스 이사진은 송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통합 파트너인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등 현 경영진과 양사 통합에 찬성하는 인사로 구성되게 된다.
하지만 아직 반전의 씨앗은 남아 있다.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 측이나 종윤·종현 형제 측 모두 모두 과반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기관투자자와 소액 주주 등의 표결에 따라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날 수원지법이 종윤·종훈 형제가 제기한 가처분 사건에 대해 기각 판결한 것도 송 회장 모녀에 유리한 대목으로 꼽힌다. 통합을 가로막던 법률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제거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통합이 (송 회장) 개인적 이익만을 위한 것이고 다른 주주에게는 불이익의 원인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송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줬다.
재판부는 그러나 통합 방안으로 제시된 신주 발행 결정의 합리성 여부, 통합 계약이 이사의 충실 의무에 부합하는지 등은 주총에서 주주 평가를 받아야 할 문제로 남겼다. 종윤·종훈 형제 측은 법원의 가처분 기각결정에 대해서는 즉시 항고하고 본안소송을 통해 재판부의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고, 송 회장 측은 "통합의 정당성을 인정받았고,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진정성도 인정받게 돼 기쁘다"고 환영했다.
앞서 한미그룹과 OCI그룹은 지난 1월 OCI홀딩스가 7703억원을 들여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신주발행 등으로 27.0%를 취득하고, 임주현 사장 등이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등의 방식의 통합을 결정한 바 있다. 이에 종윤·종훈 형제가 "통합 결정이 위법하다"며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한미그룹은 모녀 대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의 늪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