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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료계에 정부와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의대 교수진을 비롯한 의료인들은 의료개혁을 위한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며 "제자인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표성 있는 단일창구와 대화하려하지만 논의 자체가 쉽지 않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대한의사협회까지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가장 먼저 의료현장을 떠났던 전공의들은 정부의 기조변화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단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지난 24일 오후 9시 56분 SNS에 '?'이라는 한 글자만 남겼다.
면허정지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오던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면서 칼자루는 전공의 쪽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전공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정부와 의료계의 협의가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정부가 '중재자'를 자처한 의대 교수들과 타협안을 끌어낸다고 하더라도 전공의들이 이를 거부하면 협상이 허사로 돌아갈 수 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저희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전공의라고 밝혀왔다"며 "협의하는 과정은 전공의협의회가 주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의대 교수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사직한 인턴 류옥하다 씨는 "교수협의회는 전공의나 의료계를 대변하지 못한다"며 "결단코 어느 전공의도 (교수들에게) 중재를 요청하거나 권한을 위임한 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좁혀지지 않는 전제조건도 문제다. 의료계는 '2000명 증원의 전면 백지화'를 협상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협상 테이블조차 차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 '빅5' 병원의 한 교수는 "지금 의료계와 정부 모두 만족할만한 협상안이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합의점을 찾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