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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략 재편] 中 배터리 굴기 속…LG엔솔, IRA 풀고 돌파구 모색

[글로벌 전략 재편] 中 배터리 굴기 속…LG엔솔, IRA 풀고 돌파구 모색

기사승인 2024. 03.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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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던 LG엔솔, 中 기업에 '주춤'
인플레 감축법으로 脫 중국 환경 시급
세액공제 배제·친환경 강화 움직임
호주·칠레서 원료수급 준비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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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전기차 개념도 희미했던 2000년, 맞춤형 리튬이온 배터리에 투자하더니 2009년 미국 GM의 전기차 볼트에 배터리 단독공급 계약을 따내며 성공 신화를 써 나간 LG화학의 배터리사업이 지금 업계 탑티어 'LG에너지솔루션'으로 성장했다.

국내를 넘어 유럽과 미국 등에 줄줄이 거점을 마련하고 전세계 완성차업체 대부분과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으며 승승장구하던 LG엔솔의 시장 점유율이 최근 주춤하고 있다. 자국산 배터리를 쓴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중국정부의 전폭 지원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CATL·BYD가 풍부한 광물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저가인 LFP 배터리를 찍어내면서다. 테슬라 등 전세계 전기차업체들이 돌입한 치킨 게임에서 가격 경쟁력을 챙길,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LG엔솔의 미래는 중국의 첨단산업 굴기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과제를 풀어내는 데 있다는 시각이다. 중국산 광물·소재 의존도를 줄여 미 IRA 요건, 나아가 심화하고 있는 유럽 규제 등 깐깐한 입맛을 맞추며 최대한 중국과 거리를 두는 생태계를 형성해야 하는 게 미션이다. 물론 특유의 기술력으로 차세대 게임체인저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과 양산 선도는 업계를 장악할 결정적 카드다.

17일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는 중국 기업인 CATL이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CATL은 1월까지는 비(非)중국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지만 2월부터는 다시 LG에너지솔루션이 점유율 1위를 탈환한 바 있다.

다만 올해는 또 다른 중국 업체인 BYD, 파라시스(Farasis), CALB(중항에너지)도 점유율 10위 내에 이름을 올리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들 업체의 점유율 합계는 34.1%로, 한국 3사의 점유율 44%를 바짝 추격했다. 중국 시장까지 합하면 이들의 점유율은 더욱 압도적이다. CATL과 BYD만 52.6%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처럼 중국 업체들은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점차 기술력을 확보하며 세계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CATL은 단거리 운전이 잦고 작은 차량을 선호하는 유럽 시장에 적합한 저가형 배터리를 중심으로 점유율이 높아졌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세계 EV용 배터리 점유율은 2년새 약 7% 가량 감소했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전기차 전환을 추진하면서 중국 회사들이 급성장한 여파다.

아울러 중국은 배터리 주요 원료 최대 공급국가로서,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면서 광물까지 까다롭게 보고 있고, 유럽도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오는 2025년부터 외국 우려기업(FEOC)으로부터 배터리 부품을 조달받거나, 핵심 광물을 공급받는 경우 IRA에 따른 세액 공제 대상에서 배제할 계획이고, 유럽은 CBAM 수입품목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은 원료 공급 다변화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원가 경쟁력이 확보된 중국으로부터의 원료 수급도 지속하면서 유럽용 배터리에 적극 활용하는 한편 호주, 칠레 등 다양한 국가로부터의 원료 수급 계약도 맺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배제한 생태계를 조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중을 줄이면서 규제가 심하지 않은 나라에 선별적으로 중국 소재를 활용하는 등 다각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은 소재 측면에서 비교적 다변화를 잘 진행해온 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탈중국화 흐름에 따라 북미에서 받는 보조금 등으로 현지 생산 확대가 이어져, 경쟁력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가장 최근에는 유럽을 겨냥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중국 상주리원과 LFP배터리용 양극재를 대량 공급받기로 했다. 변동성이 커진 북미 시장에 비해 유럽은 친환경 정책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 유럽에서의 점유율을 확고히 다질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럽도 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이를 원료 등까지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재활용 및 배터리 생애주기 관리 서비스(BaaS) 등 사업기회를 모색하며 위기에 대응해나갈 전망이다.

공급망 뿐만 아니라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것도 LG에너지솔루션의 핵심 전략이다. 각 고객사마다 필요한 폼팩터나 성능에 맞출 수 있는 유연한 생산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한 연구개발(R&D)도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의 R&D 비용은 1조원을 넘기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의 생산 계획에 따라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으나 공급물량이 고객의 실제 주문 및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면서도 "고객·포트폴리오별 솔루션을 도출하고 안전성 강화 등 품질을 향상해 글로벌 생산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 물량 공급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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