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시한 당일에도 환자들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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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에게 복귀 시한으로 제시한 29일에도 의료 현장에선 환자들이 여전히 '응급실 뺑뺑이'로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5시 5분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강모씨(86·여)는 화상을 입은 상처를 연신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워했다.
강씨는 이날 자신의 집 부엌에서 실수로 주전자를 떨어뜨려 쏟아진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었다. 왼쪽 팔목에 손바닥 만한 크기의 화상을 입은 그는 급한 대로 집 인근 피부과를 찾아갔지만,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라는 진단을 받았다.
곧바로 버스를 타고 2시간 거리의 병원에 도착한 강씨는 치료를 받고 통증이 줄어들기 바랐지만, "인근 화상 전문 병원으로 가라"는 병원 측 답변에 분통을 터뜨렸다.
강씨는 "큰 병원에 도착했더니 병원에서는 외래 접수가 마감됐다며 응급실로 가라는 안내를 받고 갔더니 대기가 길어질 수 있어 인근 화상 전문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며 "화상 입은 부위가 점점 벌겋게 부어 아픈 데도 병원에서 진료해주지 않아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본지가 찾은 성모병원 응급실 창문에는 '응급실 의료진 부족으로 진료대기가 길어질 수 있습니다. 가벼운 증상은 인근 병원의 이용을 권고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강씨처럼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원을 전전하는 사례가 병원 밖에서 잇따르고 있는 한편, 병원 안에서는 한창 의료진들의 치료를 받아야 할 입원 환자들이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이탈로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환자들의 식단을 관리하는 A씨는 "500명의 환자 식단을 준비했었는데,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200명 정도의 식단을 제공하는 것 같다"며 "체감상 환자가 절반 이상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서 만난 김모씨(65)도 "10년 동안 이 병원에 다니고 있는데, 병원이 이렇게까지 텅 빈 적은 처음"이라며 "평소라면 이 시간에 환자들로 꽉 차 앉을 곳도 없었는데, 전공의 집단 사직 때문에 수술이 취소돼 병원이 조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병원 병원장들이 복귀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으며 전공의들에 복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