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한화, 전 계열사로 RSU 확대…“장기적 책임경영 강화”

한화, 전 계열사로 RSU 확대…“장기적 책임경영 강화”

기사승인 2024. 02. 08.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직원 5년~10년 장기간 성과 집중
주주가치 제고 통해 선순환 강조
"경영권 승계 측면선 불리" 주장
basic_2021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은 아직 국내에 생소한 개념이다. 쉽게 말해 성과보상금이 아니라 성과보상 주식이다. 잘 알려진 스톡옵션과의 차이는 기간이다. RSU는 일정 기간 이후에 보상이 발생하고 주가 상승에 따라 보상이 커지며, 최소 5년에서 10년까지의 장기간 성과에 집중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즉 임직원들이 회사의 성장에 반드시 참여하게 된다. 그래야 추후 보상 가치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 개념을 국내 가져온 기업이 한화그룹이다. 한화는 지난 2020년 국내 상장사 중 처음으로 RSU를 도입했다. 현재까지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등 계열사 임원에 순차적으로 시행 중이던 것을 2025년부터 전 계열사 팀장급 직원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RSU, 장기 성장 대안으로 도입한 성과보상제
7일 한화는 임직원 설명회, 타운홀 미팅, 토론회 등 의견 수렴과 법적 검토 등을 거친 뒤 임원은 순차적으로 RSU 제도를 확대 시행하고, 팀장급 이상 직원은 현금 보상이나 RSU 보상 제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RSU 선택형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SU는 연말연초에 현금으로 주는 기존 성과급 제도와 달리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을 주는 장기 성과보상 제도다. 한화의 경우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간 이연한다. 임직원들의 장기적인 경영 참여를 유도하고 미래의 성과 창출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연초 보직 부임 시 지급을 약정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RSU는 스톡옵션이 전문경영인이나 핵심경영진들이 단기간에 높은 실적을 내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이 받은 주식을 대량 매도한 뒤 회사를 떠나는 현상에 대한 반성으로 2000년대 초 미국에서 처음 도입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초 도입한 후 현재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 등 글로벌 기업들이 선도적으로 도입해 적극 활용하고 있고, 일본은 상장사 31.3%가 해당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RSU는 임직원의 지속적인 성과 창출로 실적과 가치가 올라 주가도 상승할 경우 실제 주식을 받게 될 시점의 보상 역시 주가와 연동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지금 받는 시점의 주가가 현재보다 떨어지면 보상 규모가 작아질 수도 있고 임직원의 책임 여부에 따라 지급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다.

한화는 이사회에서 개별 임원에 대해 부여할 주식 수를 매년 결정한 후 정기 주주총회의 보수한도 결의 시 RSU 수량을 별도로 기재해 주주 승인을 얻고 관련 내용을 공시한다.

특히 한화가 기대하는 면은 주주가치 제고다. 임직원들이 회사의 장기 발전에 집중하게 되는 만큼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선순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회사는 RSU 지급을 위해 자사주를 대량으로 매입할 수밖에 없어 주가 부양 효과도 낼 수 있다.

한화가 RSU 도입에 앞서 성과급 제도를 두고 고민한 부분도 '장기 성과'에 대한 우려였다. 단기성과급은 경영진 입장에서는 짧은 기간에 큰 수익을 내기 위해 무리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기 성과에 급급해 부실계약을 수주한 후 거액의 성과급을 받고 퇴사하면 손실을 떠안는 건 회사이며, 이로 인해 주가가 떨어지면 주주가 피해를 본다.

이에 일명 '먹튀 방지'를 위해 단기성과급 제도를 과감히 전면 폐지하고 해외 기업들에 통용되던 RSU를 도입했다. 한화에서 현재 RSU를 부여 받은 임직원은 230여명이다.

◇"최고 경영진은 가득기간 10년으로 책임경영 강화…승계에는 불리"

한화의 경우 RSU 부여 시점부터 5년에서 10년의 가득기간을 두고 이후 주식 및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50%는 주식으로, 50%는 주식가치 연동 현금 부여 방식으로 제공한다. 100주를 계약했다는 가정 아래 10년 후 가득기간이 도래하면 50주는 주식으로, 50주는 주가에 해당하는 현금으로 받는 셈이다. 이는 시장에 갑자기 많은 주식이 풀릴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한 계산이다. 또한 주식을 지급 받은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보유하게 하는 효과도 기대했다.

다만 가득 기간 도래 전이어도 해당 임직원이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끼친다면 RSU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소할 수 있다.

한화 측은 "최고 경영진에게는 다른 임직원보다 더 긴 10년이라는 가득기간을 둠으로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책임경영을 더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화는 이러한 RSU 제도에 대해 일각에서 제기된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해석을 강하게 부인했다.

한화 측은 "10년 동안 주식에 대한 배당을 받거나 다른 이익을 전혀 얻을 수 없는 RSU를 활용하기 보다는 오히려 기존 단기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면서 성과급으로 지급받는 현금을 활용해 지배구조 최상단의 주식회사 한화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는 것이, 보다 많은 지분을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설명했다. 이어 "RSU 제도는 단기성과급과 비교해 경영권 승계 측면에서는 오히려 훨씬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RSU 제도에 따라 최초 부여 시점부터 20년이 지난 시점(2040년)까지 김동관 부회장이 실제 취득하는 주식회사 한화의 주식은 1% 대에 불과해 경영권 승계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RSU 부여대상자에서 제외하고 단기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면서 매년 현금 상여를 지급하는 것은 오히려 대주주에 대한 특혜이자 다른 임직원들을 역차별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