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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시 명예훼손’ 세 번째 헌재 심판대…이번엔 위헌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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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연 기자

승인 : 2024. 02. 05. 08:00

사실적시 명예훼손, 2016·2021년에는 헌재서 합헌
법조계 "위헌 제시 재판관 늘어…국민 법감정도 변화"
"폐지되면 사생활 유포 피해 입어도 호소할 길 없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구본창씨
'배드파더스(Bad Fathers)'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며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구본창씨에게 유죄 판결이 확정된 지난 1월 오전 서울 대법원에서 구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 구본창씨가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에 나선다. 앞서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던 헌법재판소(헌재)가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할지 관심이 모인다.

4일 아시아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구 대표 측은 이번 주 중 정보통신망법 70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할 예정이다. 해당 조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6년 해당 조항을 포함한 정보통신망법 70조에 대해 재판관 7(합헌)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21년에는 보다 포괄적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307조에 대해서도 5(합헌)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 다수 재판관은 개인의 인격권 보호를 위해 명예훼손적 표현을 처벌하는 것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진실을 적시할 경우에는 개인의 명예보다 표현의 자유 보장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며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당시에도 찬반 의견이 팽팽했고, 최근 들어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을 반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이번엔 위헌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구 대표의 헌법소원을 대리하는 사단법인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국제 인권 기준에도 위반되며 UN도 여러차례 우리나라에 폐지를 권고했는데 우리나라가 국제적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과거에 비해 위헌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이 늘었고, 폐지를 찬성하는 사회적 상황이나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해 이번에는 합헌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형사법 전문 변호사 역시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일반인의 법적 상식에도 어긋나고, '표현의 자유'의 우월적 지위를 보장하는 헌법에도 맞지 않는다"고 폐지에 힘을 실었다. 반면 한 현직 검사는 "폐지되면 개인의 모든 사생활 영역이 인터넷에 유포돼 피해를 입어도 이를 호소할 길이 없다. 처벌 조항은 남겨두고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 사정이 있는지 잘 살펴 처벌의 정도를 구별하면 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김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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