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구입단가, 164.6원으로 역마진
적자 눈덩이에 정전 사고 등 빈번
전문가 "수요와 공급 균형 이뤄야"
|
최근 전문가들은 총선 등을 의식해 전기요금을 동결하기 보다 수요와 공급이 적절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전기요금 현실화를 조언했다.
29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2021년 기준 108달러/mwh(메가와트시)로 OECD 37개 국가 중 네 번째로 낮으며, 산업용 전기요금 또한 95.6달러/mwh로 아홉 번째로 낮다. 이는 OECD 평균 대비 각각 약 72달러, 약 20달러 저렴하다.
유럽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에너지 위기가 발생했지만, 수입선 다변화와 가스 비축량 조기 확보, 에너지 절약 정책·캠페인 활동 등으로 에너지 수요를 줄여 유럽 내 에너지 수급은 안정화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물가 상승 우려와 국민 부담 완화를 위해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아 원가보다 판매가가 낮은 비정상적인 가격이 책정되고 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2022년 한전의 전기 구입 단가는 kWh당 162.48원이나 판매 단가는 120.51원, 2023년 1~4월 구입 단가는 164.6원이나 판매 단가는 144.2원으로 역마진이다.
이렇게 역마진이 발생하면서 한전의 2021년부터 2023년 3월까지 발생한 누적 적자는 52조 3000억 원에 달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전의 설비투자가 적기에 이뤄지지 않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과 신재생 확대 정책으로 원전 대비 구매 단가가 높은 태양광과 풍력을 사도록 강요하면서도 전기 요금은 올리지 않아 한전은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한전이 적자 상태다 보니 투자 뿐만 아니라 유지·보수도 제대로 하지 못해 전국의 송전망이 급속도로 노후화되면서 정전 사고도 전국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대비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싼 것도 전력 낭비를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전 세계에서 가장 싼 편에 속하는데, 값은 싼데도 품질은 좋다 보니 민간 기업이나 개인이 펑펑 쓰고 있다"면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적절한 균형을 이루도록 하려면 소비자 수요를 줄이도록 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며,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한전이 전기 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치인들이 선거철만 되면 민심을 챙긴다는 이유로 전기요금 동결 등을 내세우며 이권을 챙기는 것도 문제로 보고 있다.
한 전력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올해 상반기 중앙과 지방의 공공요금을 동결하기로 했는데, '요금 현실화'와 '적자폭 축소'를 내세우던 한전이 전기요금을 동결 기조로 운영하기로 한 것은 정부가 오는 4월 총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며 "요금선정위원회 등을 만들어서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전기요금을 책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