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로 가족과 친구를 잃으며 큰 상실감과 맞서왔다. 상실은 인간의 불가피한 운명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잃어버린 대상과 떨어지려 발버둥 치는 노동의 기간, 즉 애도의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그 후에는 반드시 원래의 삶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다시 삶을 재건하고 재적응하는 과정에 집중했을 때 비로소 치유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도가 정치와 만나는 순간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등장한다. 전날 야4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태원 특별법'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태원 특별법은 특별조사위원회가 올해 총선 직후부터 1년에서 최대 1년 6개월동안 압수수색까지 포함된 검찰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받도록 구성돼 있다. 특조위도 야당 인사와 단체 위주로 참여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참사 이후 국정조사, 경찰·검찰의 대대적인 수사와 조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해왔지만 이 목소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이 만든 이태원 특별법의 단점을 보완해 진상규명이 아닌 피해자 지원과 재발방지에 초점을 맞춘 '이태원 참사 지원 특별법'도 발의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차원의 피해자 유가족 위로지원금, 손실 보상금, 배상 근거 조항 마련도 이 법안에 포함돼 있었다.
최장 1년 6개월간 또다시 조사해 누군가를 비난하고 처벌하는 것이 과연 건강한 애도인가. 이미 용산구청장, 경찰 등이 수감됐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보내면서도, 합의 없는 법안 통과가 또다시 상처를 남기진 않을까 우려를 지울 수 없다.